07.18.나는 아직 젖은 길 위에
서 있는 사람같았다

by 마부자

오늘은 비가 내리다 멈췄다. 하늘은 잠시 숨을 고른 듯 보였지만 내 몸은 그 틈조차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컨디션이 바닥을 쳤다.


그동안 어느 정도는 버텨낸다고 믿었고 어쩌면 스스로를 꽤 잘 해내고 있다고 다독였는데 오늘만큼은 그런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다.


머리에서 내려오는 어지러움과 입 속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끈적이는 느낌에 하루 종일 속이 좋지 않았다. 그로인한 무거운 피로감에 힘든 하루를 보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모든 곳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암”이라는 병은 아픈 병이 아니라 힘든 병이라는 것을 절실히 몸으로 느끼고 있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따라 무너진다는 것을 마음이 지치면 몸이 더 이상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은 너무 선명히 알았다.


책장을 넘기려다 눈을 감았고 눈을 감은 채 자꾸만 생각에 빠졌다.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웃고 싶었고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했다.


비는 멈췄지만 오늘의 나는 아직 젖은 길 위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날도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어떤 하루는 너무도 힘들지만 그 하루가 내일의 회복을 준비하게 해준다는 걸 나는 믿는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이대로 눕기로 한다.

말없이 내 감정에 등을 기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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