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6.이 여름의 흔적을 내몸에
새기고 있는 중이다

by 마부자

입원 27일차, 항암 4회, 방사선 치료 18회.


아침 일찍, 병원 창문 너머로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여름의 절정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집요한 울음이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의 날씨를 먼저 알려주었다.


소리만큼이나 뜨겁게 쏟아지는 햇살이 병실 안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불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는 햇살 속에서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조금은 덜 힘든 아침이었다. 그런 날은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지난주에 잠시 멈추었던 생각의 실마리를 다시 붙잡아보기로 했다.


책을 펼치기엔 여전히 어지러움이 남아 있었고 활자 위에 눈을 오래 두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활자의 자리를 영상으로 대신했다.


지금의 내 상태에 맞는 방식으로 덜 아픈 마음으로 다시 나를 향한 사유를 시작해보기 위해.


그렇게 선택한 영상은 조 디스펜자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였다. 약 한 시간가량 병상에 기대어 천천히 영상을 따라가며 나는 네 개의 단어를 마음속에 새겼다.


단어 하나하나에 생각을 붙이고 그 생각에 또 감정을 입히며 조용히 오전 시간을 통과했다. 몸은 여전히 제자리였지만 마음만은 그 단어들과 함께 어디론가 조용히 나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고 익숙한 블벗님들의 블로그를 하나씩 찾아가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남겼다. 나 아직 잘 버티고 있다고.


여전히 병상 위에 있지만 마음만은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고. 그렇게 짧은 생존신고를 마친 후 다시 조용히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일주일에 세 번 맞던 영양제와 링거는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네 번으로 늘어났다. 의사 선생님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했다.


방사선 치료가 목 부위에 집중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피부가 조금씩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의약용으로 승인된 보습 크림을 주었다.


하루 종일 병실 안에만 있는데도 마치 한여름 해변에서 햇살을 오래 맞은 것처럼 목덜미가 얼얼했다.


연일 폭염경보가 울리는 날들 속에 나는 시원한 바닷가에 있지는 않지만 다행히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도는 병실 안에서 이 여름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원한 병실 안에서 나는 내 몸 구석구석에 이 여름의 흔적을 새기고 있는 중이다.


뜨겁고도 긴 치료의 여름. 아마 이 계절은 내게 가장 잊지 못할 여름이 될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시원하게 보낸 여름으로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병실 창 너머로 매미 소리가 여전히 지저분하게 울려 퍼지고 햇살은 여전히 무례하게 뜨겁지만 나는 오늘도 내 안의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병원에 처음 올 때 딸이 챙겨준 수분젤과 미스트를 그때부터 매일 잊지 않고 발라왔기에 지금까지는 다행히 심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간호사는 말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살이 벗겨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흉이 남을 수도 있다고.


작고 평범한 피부 한 조각조차도 치료 속에서 이렇게 민감해지고 연약해진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쓰이게 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조정해 나가는 것 역시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한 싸움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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