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4.내 몸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 같은 날씨였다

by 마부자

입원 36일차, 항암 5회, 방사선 치료 24회.


잿빛 하늘 아래 비 내리는 아침이었다. 흐린 날씨와 함께 내려앉은 컨디션을 부여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치료를 마친 후, 매주 월요일마다 있는 방사선의학과 교수와의 면담을 위해 9시까지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마주한 진료실에서 목 안의 염증이 심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추가로 약을 처방 받았고 까맣게 변한 목 주변 피부에는 습진 크림이 더해졌다.


의사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부작용과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듣는 내내 마음 한쪽이 묵직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현실을 더 단단히 붙잡아주는 듯했다.


아침 7시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창밖은 비에 젖어 있었는데, 10시가 되자마자 폭염이 다시 병원을 감쌌다.


불과 세 시간 만에 뒤바뀐 날씨가 오늘 내 몸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아침의 빗줄기처럼 컨디션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이내 폭염이 몰아치듯 몸속 깊은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병실로 돌아와 팔에 링거를 꽂은 채, 마치 시간이 링거 줄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로 젖었던 하늘은 이미 눈부신 햇빛에 물들어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내 몸도 이렇게 천천히 보이지 않는 속도로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피로와 통증 속에 잠겨 있지만 언젠가 이 시간도 햇빛으로 바뀔 날이 오리라는 작은 희망이 내 안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은 흐림과 폭염이 교차하는 하루처럼, 내 몸도 이렇게 변화를 지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끝없는 오르막 뒤에는 언젠가 바람 한 줄기 시원하게 스며드는 평지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묵묵히 견딘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는 나를 조금 더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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