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7.안도란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순간의 틈이다.

by 마부자

입원 49일차, 항암 6회, 방사선 치료 30회. (25.08.12 치료 완료)


새벽에 두세 번쯤 눈을 뜨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은 없어졌다. 구토나 극심한 가려움에 시달리던 시간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치료를 받지 않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자, 입안의 구내염도 한 발 물러서는 듯 조금씩 진정되고 있다.


오늘 아침, 드디어 약간의 죽을 함께 삼켰다. 아주 작은 숟가락질이었지만 그 순간은 나에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 선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먹는다’는 행위가 다시 내 일상에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은 충분히 기쁜 날의 시작이었다.


치료도 링거도 없는, 모처럼의 온전한 휴식 같은 하루였다.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일기장을 펼쳤다. 지난 열흘간 차마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글로 적어내려갔다.


그토록 힘겹고 지난했던 순간들을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붙일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며,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를 다시금 묻게 된다.


밀려 있던 일기를 정리하고,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했다”를 적어 내려갔다. 오늘 내가 붙든 단어는 “안도”였다.


마지막 치료라는 사실이 내게 잠시 숨을 고르게 했던 순간, 그 짧은 안도 뒤에 곧 찾아온 고통을 떠올렸다.


안도란 언제나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순간의 틈이다. 그러나 그 틈조차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안도의 무게와 빛을 함께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내 안의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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