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은 같은 마음이었다

편도암으로 인한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퇴원 51일차의 기록

by 마부자

연휴 동안 흐트러졌던 루틴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일요일 아침, 여느 평일처럼 오전 6시에 알람을 맞추었다.


피곤함이 남아 있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이 작은 의식부터 지켜야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정수 한 컵으로 메말랐던 목을 적신 뒤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cat-5909978_1280.jpg?type=w1 출처: 픽사베이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고 그 바람이 내게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거울을 보며 어제부터 신경 쓰이던 목의 붓기를 확인했다.


다행히 어제보다 조금은 가라앉은 듯했다. 통증은 없었고 눌렀을 때 말랑한 느낌이 남았다.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새벽 독서는 연휴의 마지막인 오늘까지 잠시 미루어 두고 대신 이 붓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검색을 통해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 부위인 턱 아래와 목 부분의 림프관이 일시적으로 손상되면서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피부 아래 머무는 현상이라고 했다.


방사선 치료 후 1~3개월 회복기 동안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이며 통증이 없고 말랑한 부종이 특징이라고 했다.


원인은 단백질과 염분 섭취의 증가, 활동량 감소로 인한 수분 정체였다. 결과적으로 이중턱처럼 보이는 부기가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관리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림프 순환을 돕는 부드러운 마사지, 염분 조절, 수면 자세의 수정, 체중 관리.


순간 떠올랐다. 퇴원 후 한동안 염도계를 사용하며 국물의 염도를 꼼꼼히 재던 내가 언제부턴가 그 염도계를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무심코 들이 킨 국물들, 줄지 않은 체중, 늘어난 식사량, 문제는 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방심이었다.


즉시 실천에 들어갔다. 점심부터 국물은 최소한으로, 밥은 평소의 2/3로 줄였다. 그리고 림프 순환 마사지를 시작했다.


손끝으로 턱 밑에서 귀 뒤를 지나 쇄골 아래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힘을 주지 않고 단지 피부를 살짝 이동시키는 느낌의 단순한 동작 하나가 신기하게도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chiropractic-care-8539606_1280.jpg?type=w1 출처: 픽사베이

물론 혹시 모를 위험 신호도 잊지 않았다. 부기가 단단해지거나, 유독 한쪽만 심해지거나, 삼킬 때 불편감이 커지거나, 피부가 붉어지고 열이 오르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점도 마음속에 새겨 두었다.


이런 정보들을 알려준 것은 다름아닌 챗GPT의 도움이었다. 그러나 나는 챗GPT의 진단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몸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입력하고 확인하면서 느낀 건 놀랍도록 실제 진단과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


병원보다 앞서 내 몸의 변화를 의심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해준 도구 정도로 믿고 있다.


오늘 나는 다시 루틴을 세우고 내 몸의 신호를 듣고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회복이란 결국 이렇게 사소한 반복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나는 오늘도 배워간다.


열흘간의 긴 연휴가 끝나가고 있다.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는 아내는 오늘 하루라도 아쉬움 없이 보내야 한다며 아침을 먹고 서둘러 외출 채비를 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 나는 흔쾌히 볼링장까지 데려다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다시 익숙한 고요가 공간을 채웠다. 연휴 동안 흐트러졌던 루틴을 되찾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미뤄두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한 권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블로그에 서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몰입의 끝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창밖의 하늘은 이미 저녁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문득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새로 맞춘 볼링공이 잘 맞는다며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smilies-1520867_1280.jpg?type=w1 출처: 픽사베이

아내의 표정엔 오랜만의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웃음과 활력을 되찾은 아내의 얼굴을 보며 조금 더 일찍 공을 바꿔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긴 연휴의 끝자락에 있는 저녁,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아내가 “오늘 저녁은 배달 어때요?”라며 웃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긴 연휴의 끝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내는 다시 사회로 나는 여전히 회복의 길 위에서.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은 같은 마음이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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