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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Jan 09. 2025

<일상>1월 8일 수요일의 여정

책 한권을 통해 삶을 깊이 바라보게 하는 여정을 다녀왔다.


금주 8일째 날도 어김없이 내 루틴으로 시작했다. 명상, 목표 읽고 쓰기,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댓글을 남기는 작은 실천들. 이 모든 것이 마치 아침의 체온을 만들어주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이 흐름 덕분에 아침 공기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내가 출근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문득 TV를 켜보았다. 화면 속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심지어 오늘은 대구에 눈이 내릴지도 모른단다. 희미한 설레임이 잠시 마음을 스쳤다. 아, 눈이라니. 어릴 적엔 눈이 오면 늘 환호했는데, 요즘은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해진 나를 떠올렸다.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반려묘 후츄가 거실 창문 앞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한결같다. "내보내줘!"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처량한 표정.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 따윈 전혀 상관없는 듯, 후츄는 그저 차가운 공기를 맡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눈빛에 매번 무너지는 내가 오늘도 예외일 리 없었다.


대구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에,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후츄와 함께 베란다로 나섰다. 녀석은 나보다 한발 먼저 창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창밖의 공기는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 묘한 긴장이 흘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습기를 잔뜩 머금은 회색빛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내가 창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춥진 않겠지."


그저 호기심에 창문을 살짝 열어본 순간, 밀도 높은 공기와 함께 날 선 칼바람이 창문 틈새를 비집고 거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공기가 머무는 게 아니라, 마치 집 안을 점령하려는 듯한 기세였다. 순간 내 몸이 강하게 밀려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흡사 태풍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강한 바람에 놀란 건 꽤 오랜만이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은 상상 이상으로 매서웠다. 그 차가움은 단순히 피부 위를 스치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날카로운 송곳이 얼굴과 피부를 찌르며 아픔을 선사하는 것 같았다. 칼바람은 한순간에 집 안의 온기를 밀어내고, 거실을 시베리아 한복판으로 만들어버렸다. 바람은 이렇게 까지나 강력하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잠깐 문을 연 대가로, 나는 온몸으로 겨울을 체감해야 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창문을 닫았다. 닫는 순간에도 바람은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기세였다. 문득 후츄가 떠올랐다. 나와 함께 베란다에 있던 그 녀석은 어디 갔을까? 혹시라도 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 어딘가 몸을 웅크리고 있을까 걱정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 이미 거실 한가운데로 도망가 있었다. 따뜻한 공기 속에서 몸을 말아올린 채, 느긋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츄의 눈빛이 말하는 듯했다. 


"추워. 얼른 닫아."


나는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녀석의 뻔뻔한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지가 나가고 싶다며 처량한 눈빛으로 나를 설득했던 건 분명히 몇 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날 홀로 추운 바람 속에 남겨두고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따뜻한 거실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니.


나는 후츄를 보며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따뜻한 거실 안쪽에서 나를 약올리듯 꼬리를 살랑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침의 유쾌한 풍경이었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시작된 하루였지만, 후츄 덕분에 오늘 아침을 웃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겨울의 칼바람도, 후츄의 배신(?)도, 결국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들이었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때로는 작은 유머가 가장 큰 온기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이번 주는 타투로 인해 운동을 쉬어야 한다. 운동이 빠진 일상은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지만, 그 시간을 독서로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머리와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도 운동 못지않게 소중하니까. 그래서 며칠 전 주문해 둔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지대넓얕)를 꺼내 들었다.


올해 9월에 읽었던 1권, 현실 편은 내게 많은 깨달음과 도움을 준 책이었다.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시선을 넓히고, 세상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 안내서였다. 그래서 2권, 현실 너머 편에 대한 기대감은 읽기 전부터 이미 차고 넘쳤다.


오늘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들을 차분히 정리해보며, 그것을 일기로 남기기로 했다. 책 속에서 발견한 지혜와 내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도 일종의 명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는 몸 대신 마음을 더 깊이 단련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채사장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세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질문을 만나고, 더 넓은 시야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를 독서와 글쓰기로 채우는 결심이 내게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를 읽으며, 나는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독서를 넘어, 철학적 사유와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깊은 질문의 세계로 들어갔다. 이 책은 단순한 지식서가 아니다. 


독자를 지적인 탐구의 여정으로 초대하고, 우리의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일종의 안내서였다.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가장 강렬한 질문은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였다. 그리고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1편에서 역사, 경제, 정치 같은 구체적 현실의 주제를 다뤘다면, 2편에서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라는 현실 너머의 영역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철학은 인간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려는 지적 노력의 역사이며, 과학은 진리를 찾으려는 경험과 실험의 여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학이 가지는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과 직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종교는 초월적 관점에서 삶과 죽음을 통찰하게 한다. 그리고 신비는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 탐구의 갈망은 멈추지 않는다.


이 책에서 특히 놀라웠던 점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라는 이 모든 영역의 탐구가 결국 ‘수학’이라는 근본적 체계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수학이 인간의 사고와 지식의 뿌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경이롭게 다가왔다. 마치 수학이 보이지 않는 실로 모든 학문과 인간의 사유를 엮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의 제목은 ‘얕은 지식’이라 표현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결코 얕지 않다. 오히려 지식의 깊이를 따라가며 "과연 이 지식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경탄이 끊이지 않았다.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명쾌한 설명은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 


만약 이 책이 단순히 학문적 이론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쓰였다면, 교과서처럼 딱딱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은 흥미로운 비유와 일상적 사례를 통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덕분에 철학이나 과학 같은 어려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 책은 결코 독자를 짓누르지 않는다.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는 책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며,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삽화 속에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와 독자에 대한 공감이 담겨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와 독자 간의 은근한 교감이 느껴졌다.


내가 이 책을 고등학교 시절에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학문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진로에 대한 시각 또한 지금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주제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내게 있어 단순한 독서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인간의 역사와 삶에 대한 통찰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나 자신의 삶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책이 던져준 질문들은 여전히 내 안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나는 그 질문들을 품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삶은 결국 끊임없는 탐구와 질문으로 이루어진 여정임을, 이 책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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