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2.초강력 한파 속에서
존재로 머문 하루

by 마부자

초강력 한파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하루였다. 창밖에서는 강한 바람이 창을 두드렸고, 찬 공기는 소리 없이 집을 눌렀다.


문을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바깥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날은 결심이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집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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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을 조금 더 올리고, 커피를 내리고, 수면바지를 꺼내 입고, 수면 양말을 다시 고쳐 신었다. 작년 내내 버텼지만 결국 오늘 바닥에 카펫을 깔았다.


이번주 부터 <소유냐 존재냐>를 읽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제목이었고, 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미뤄두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주 이상하게도 이 책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소유와 존재라는 단어가 이 한파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생각하던 소유는 꽤 단순했다. 가지는 것, 쌓아두는 것 같은 의미였고, 존재는 그 반대쯤으로 막연히 생각했다.


자유롭지만 불안한 상태처럼 이상적인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체감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었고, 나는 솔직히 소유 쪽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그 단순한 구분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소유가 삶의 방식이 될 때, 인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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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는 인간은 늘 불안해진다.


더 잃지 않기 위해 움켜쥐고, 더 갖기 위해 비교하고, 결국 자신도 하나의 소유물처럼 관리하게 된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책을 읽다 말고 자주 손과 눈을 멈추게 되었다. 내가 나를 얼마나 자주 관리 대상으로 대했는지 떠올랐다.


지난 30년간 난 성과, 결과, 효율 같은 단어들로 나를 평가하고 점검해왔다는 사실이 문득 선명해졌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런 점검표에서 잠시 벗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파는 계속 창밖에서 집요하게 기척을 냈다. 바람 소리가 날 때마다 괜히 창문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미 닫혀 있는데도 또 확인했다.


어쩌면 소유의 태도는 이런 데서도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가진 것도 믿지 못하고 계속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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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났다.

책 속 이야기가 내 행동을 바로 옆에서 설명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존재의 방식은 다르다고 책은 말한다. 존재는 결과보다 과정에 머문다. 소유는 ‘무엇을 가졌는가’를 묻고, 존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오늘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도 이 질문은 유효했다.


생각해보니 오늘의 나는 꽤 잘 존재하고 있었다. 밖에 나가지 않았고,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았고, 눈에 띄는 결과도 없었다.


대신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추위를 핑계로 나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소유의 관점에서는 공백 같은 하루였겠지만, 존재의 관점에서는 꽤 충실한 하루였다.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치기를 반복했다. 어떤 문장은 바로 이해됐고, 솔직히 어떤 문장은 어렵게 느껴져서 밑줄을 긋고 다음에 책장을 넘길 때를 기약했다.


한파 덕분에 시간은 충분했고, 조급함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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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전체가 잠시 멈춘 것 같은 날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서평을 작성하며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더 어두워지고 날을 더 차가워졌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 하나를 얻었다.


존재는 대단한 선택이 아니라, 하루의 태도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책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분명한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


초강력 한파는 여전히 창밖에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 덜 차가워졌다. 오늘 나는 소유를 내려놓겠다고 결심하지는 않았다.


대신 존재라는 단어를 하루 동안 곁에 두고 지내봤다. 그 정도면 충분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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