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둘째 주를 돌아보니 나는 스포츠 매니저였다가, 국제 여행 후원자였다가, 독거 체험 1일차 실험자였다가, 새벽 스포츠 해설위원이 되었다가, 설날에 러시아 문학과 동거를 시작한 남자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정리하게 되었다.
볼링장 한켠에서 아내의 매니저 노릇을 하며 공 대신 응원을 굴리고 있었고, 어깨는 아팠지만 입은 멀쩡해서 열심히 잔소리를 던지던 사람이었다.
딸이 내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비행기표를 끊어버렸을 때 나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유머를 구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가장의 숙명을 다시 확인하며, 말은 가볍게 던지되 통장은 무겁게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내와 딸이 공항으로 향하던 날 나는 국제 분쟁 조정위원이 되어 양측에 각기 다른 지침을 내렸고, 절대로 싸우지 말고 서로를 잘 모시라는 상반된 주문을 동시에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이틀은 옆자리의 빈 공간 덕분이라며 나름 심리학적 해석을 내렸지만, 셋째 날 밤새 뒤척이고 나서야 결국 꿀잠은 단순히 피곤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했고, 나는 스스로를 연구하는 데에는 아직도 감정이 과학을 이긴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또한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선 어린 선수와, 금메달을 놓치고도 환하게 웃으며 축하하던 또 다른 선수의 태도를 보며, 인생은 점수보다 자세가 중요하다는 교과서 문장을 진심으로 믿게 되었다.
설 연휴 첫날에는 고향 대신 도스토옙스키를 선택했고, 차례상 대신 <죄와 벌>을 펼치며 라스콜니코프의 복잡한 내면을 따라가다가 문득 명절이 꼭 이동으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주었다.
이 한 주를 돌아보니 나는 여전히 집에 있었지만 역할은 계속 바뀌고 있었고,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매니저이자 후원자이자 독서가이자 스포츠 관람객으로 분주했지만, 사실은 그 모든 역할을 하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에 제일 많이 웃고, 제일 많이 생각하고, 제일 많이 배웠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 다채로운 한 주를 떠올리며 삶이란 거창한 계획보다 즉흥적인 한 마디와, 뜻밖의 경기 장면과, 조용한 새벽 독서가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웃으며 인정했고,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역할로 캐스팅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은 채 2월 둘째 주를 조용히 정리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포근한 연휴의 첫날의 하늘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곁에 없는 빈자리를 보며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에 감사했습니다.
막내와 둘만의 데이트를 했습니다. 내가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됨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