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7.평소와 다르지 않았던 2026년의 설날풍경

by 마부자

달력은 오늘을 2026년 설날이라고 표시해 두었지만, 내 하루는 평소와 거의 다르지 않은 얼굴로 시작되었다.


알람도 평소처럼 울렸고, 창밖의 공기도 특별히 더 따뜻하거나 차갑지 않았다. 설날이면 으레 느껴지던 부산스러움이나 기름 냄새,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도 없었다.


딸은 여행의 여독을 푼다며 하루 집에서 잠을 청했다. 말은 편하게 다녀왔다고 하지만 엄마를 챙기느라 온 신경을 바짝 쓴 3박 5일은 아마도 평소 보다 두배이상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딸에게 생각해보니 체력을 쓰고 돌아오는 체력 소모 행사였을 지도 모른다. 오전에 짧은 인사만 남기고 하루종일 조용한 딸에게 명절에 잔소리하는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아 조용히 물러났다.


포항에 있는 둘째는 사병들의 명절을 챙기느라 당직 근무를 선다고 했다. 누군가는 쉬는 날에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뭉클했다.


집에는 없었지만, 그 아이의 자리가 괜히 든든하게 느껴졌다. 막내는 잠깐 들러 짧은 세배를 하고는 또 자기 일정으로 바쁘게 사라졌다.


세배가 이렇게 스피드하게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올해 처음 알았다. 세배라기보다는 ‘업데이트 확인’ 정도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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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어머니와 처가에 안부 전화를 드렸다. “건강하시죠?”라는 말이 예전보다 더 무겁게 들린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 몇 마디 안부가 오늘 하루의 가장 명절다운 순간이었다. 명절은 결국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안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나는 다시 라스콜니코프에게로 돌아갔다. <죄와 벌>의 후반부로 깊이 빠져들었다.

명절의 한복 대신 러시아 청년의 양심을 붙들고 씨름하는 하루라니, 이 또한 나답다 싶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음울한 공기 속을 눈으로 느끼며 명절의 흥겨움 대신 죄의식과 구원의 문제를 고민하는 설날이라니, 꽤 기묘하다.


사실 명절이라고들 하니 명절인 줄 알지, 체감은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례상도, 긴 귀성길도, 북적이는 친척도 없었다.


대신 고요함이 있었다. 약간의 허전함과, 그 허전함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나 자신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날을 서운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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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었지만, 나는 그냥 나의 리듬대로 하루를 보냈다. 가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명절을 살고 있었고, 나는 책 속에서 또 다른 인간의 운명을 따라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우리 가족의 명절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모이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고, 북적이지 않아도 마음이 닿아 있는 그런 방식.


명절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분명 설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평소처럼, 그러나 조금은 더 조용한 마음으로 하루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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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올 해도 웃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막내가 이제 마지막 세뱃돈이라고 하며 지갑을 털어갔지만 웃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주었습니다.

새벽 책을 펼치기전 아내가 사온 홍차를 우렸는데 너무 향이 좋았습니다. 처음 마셔보는 차 맛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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