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초봄이 먼저 약속도 없이 다녀간 것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가득 채운 하루였다.
어제 병원에 다녀온 덕분인지, 약기운 덕분인지, 아니면 마음이 조금 놓였기 때문인지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어제는 침을 삼키는 일조차 조심스러웠는데, 오늘은 목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그 사소한 차이가 이렇게 고맙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어제 나는 그동안 나답게 만든다고 믿어왔던 루틴들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다. 하루를 낭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보니 알겠다. 그 멈춤은 낭비가 아니라 선물이었다는 것을.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다면 오늘의 이 가벼움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몸은 이미 신호를 보냈는데도, 나는 그동안 늘 의지로 덮으려 했다.
회복의 속도는 조급함과 반비례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몸을 더 긴장시키고, 그 긴장이 회복을 늦춘다.
어제 나는 처음으로 그 공식을 실감했다. 나아야 한다고 애쓰지 않았더니, 오히려 조금 더 빨리 나아졌다.
햇살이 창가에 내려앉은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완전히 봄은 아니지만, 겨울의 끝이 어딘가 느껴지는 공기였다.
거실로 스며드는 창밖의 햇살이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집 앞을 아주 잠깐 걸었다. 따스한 햇살 덕분에 피부에 닿는 바람마저도 분명히 부드러웠다.
몇 걸음 걷는 동안 나는 내 몸의 반응을 세심하게 느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점검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걸었고, 그냥 뛰었고, 그냥 버텼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다르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오래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새로운 책을 펼쳤지만 긴 독서를 하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급하게 책장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어제 병원에서 들었던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비록 무겁게 느껴졌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들리는 듯했다.
조심하라는 말은 겁먹으라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아끼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너무 쉽게 나를 소모해왔는지도 모른다. 감기쯤이야, 이 정도쯤이야, 라는 말로 나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준이 달라졌다.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어제와 비교하면 분명히 다른 하루이자 멈춤이 주는 선물을 오늘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초봄 같은 하루였다. 아직 완전한 봄은 아니지만, 분명히 방향은 그쪽이다. 그리고 나의 몸도, 마음도, 그 방향을 따라가고 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하루만에 정말 좋아진 내 몸을 보며 우리 나라의 의학과 약학에 감사했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웃을 수 있는 나의 여유에 감사했습니다.
오랜만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흰쌀밥을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보내주신 어머니께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