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6.막내의 성장, 다가올 주말의 두려움.

by 마부자


아침 햇살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며칠 전 그 난리였던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유리창을 통과한 빛은 마치 초봄처럼 따뜻했다.


그제 그 많은 눈이 정말 내렸던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자연은 늘 태연하다. 사람만 기억을 붙들고 있을 뿐이다.


나는 커피를 들고 거실에 앉아 햇살을 즐기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일찍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났다.


어제 새벽에 들어온 막내가 이렇게 일찍 나갈 리가 없는데 싶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수강신청이요. PC방 가야 돼요.”


나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PC방? 게임도 아니고 수강신청을 하러? 막내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인기 과목은 선착순이라서 콘서트 티켓 예매하듯 대기하다가 정확한 시간에 클릭을 해야 한단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수강신청이 이제는 ‘피켓팅’의 영역이라니. 대학이 아니라 아이돌 팬클럽에 가입하는 느낌이다.


“누나나 형은 그런 일 없었는데?”라고 말하자 막내는 나를 무심하게 쳐다봤다.

“누나 대학이 벌써 10년 다 돼가요. 그 사이 많이 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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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큰딸과 막내의 나이 차이가 9살.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나는 여전히 어제 같은데, 세상은 이미 업데이트를 몇 번이나 했나 보다.


나 때는 시간표를 학교에서 짜서 줬던 것 같은데. 아니, 정확히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쩌면 나도 그때 누군가에게 “그건 옛날 이야기죠”라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현관을 나서는 막내의 뒷모습을 보며 세상이 살기 좋아진 건지, 더 치열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강의를 듣기 위해 PC방에서 대기하는 시대라니. 공부도 이제는 스피드와 순발력이 필요하다.


며칠 전 막내는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다. 집에 와서 설명을 하는데, 용어부터가 낯설었다.


학점, 트랙, 복수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나는 듣다가 고개만 끄덕였다. 이해는 반쯤, 아는 척은 백 퍼센트.


어제는 대학에서 많은 책들이 택배로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며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정말 막내가 대학생이 되는구나.

세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는 날이 오다니. 부모라는 직업도 참 장기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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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사진 한 장. 운전면허증이었다.

“이제 우리 가족 다 드라이버예요. 이번 주에 연습 시켜주세요.”


나는 한참을 그 사진을 들여다봤다. 어제까지 뒷좌석에서 졸던 아이가 이제 운전대를 잡겠다고 한다. 우리 가족 모두 드라이버라니. 기쁘면서도 묘하게 긴장됐다.


막내에게 운전연습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갑자기 내 심장이 먼저 예열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 조수석에서 “브레이크!”라고 소리 지르면 놀라는 사람인데,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니.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는 언제나 내 체감보다 빠르다. 큰딸이 대학 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둘째가 군인이 된 것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막내는 대학생이 되었다.


세상은 계속 바뀌고, 나는 그 변화를 따라가느라 약간 숨이 차지만, 그 중심에 내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든든하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주 운전연습은 내가 아니라 보험회사가 더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돈이 해결해주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막내가 운전대를 잡는 날, 나는 아마도 옆자리에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천천히 가도 된다. 인생도, 차도.”


그러면서 속으로는 중얼거리겠지.

“브레이크! 깜빡이! 빽미러! 를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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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1. 막내가 선물한 도서상품권으로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새 책을 보면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2.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운동을 마친 내 체력에 감사했습니다.

3. 하루를 마무리 하는 저녁에 감사한 일을 생각하며 앉아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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