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아침부터 하늘은 흐렸다. 정월대보름이라 1년 중 가장 달이 크고 밝은 날이라고 하지만, 구름은 끝내 걷히지 않았다. 달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속에서 나는 대신 책장을 열었다.
스무 살 청춘들의 사랑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시간의 감각이 흐려졌다.
책 속 인물들의 감정은 아직 미완성이고, 그래서 더 절실했다.
그들을 읽고 있지만, 실은 나의 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독서는 늘 남의 이야기로 시작해 나의 기억으로 돌아온다.
저녁이 되어 창가에 서 보았지만 달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밝아야 할 날이 이렇게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이상하게도 아쉽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듯, 오늘 읽은 문장들도 당장 빛나지 않아도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 대신 책을 만난 날.
보름달은 보지 못했지만, 나는 충분히 환한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청춘의 사랑에 대한 책을 읽으며 지난 나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 사랑이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인 자녀의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웃은 새신랑, 새신부를 보며 나도 웃었습니다. 그 웃음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