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5.새벽 두시의 서재와 입속의 정비

by 마부자


어젯밤은 잠을 자지 못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이틀에 한 번, 아니 거의 매일 밤을 새우듯 보내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그때에 비하면 어쩌다 한 번 찾아온 불면은 오히려 낯선 손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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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벽 두 시에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서재로 들어가 스탠드 하나만 켰다. 그 시간의 집은 낮의 집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창문 밖에서는 차량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고, 마치 세상에서 나 혼자만 깨어 있는 것 같은 고요가 방 안에 내려앉아 있었다.


책을 펼쳤다. 문장을 따라가다가 단어 하나를 붙잡고, 그 단어에서 또 다른 생각을 꺼내 글을 적어 내려갔다.


낮에는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그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마도 세상이 조용해질수록 마음속의 소리가 더 또렷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되어 퀭한 눈으로 아내와 막내를 현관에서 배웅했다. 두 사람이 문을 나서자마자 몸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밤새 미뤄두었던 잠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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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침대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낮잠을 자면 늘 두통이 뒤따랐다. 그래서 일부러 낮잠을 피하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무려 여섯 시간을 잤다. 눈을 뜨고 나서도 머리가 맑았다. 두통도 없었다. 오히려 묘하게 상쾌했다.


오늘 밤이 또 걱정이긴 하지만, 내 체력을 생각해보면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뀔 일은 없을 것 같다.


몸이라는 것도 참 솔직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하루 하나로도 리듬이 크게 흔들렸을 텐데, 지금은 조금씩 균형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어쩌면 내 몸도 이제 서서히 회복의 단계를 지나 적응의 단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후에는 치과에 다녀왔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치과 치료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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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 입속에서는 꽤 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금니 다섯 개를 교체했고, 충치 네 개를 떼웠고, 잇몸 치료도 두 군데를 받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케일링도 대충 넘기며 살아왔던 내 치아들이 결국 집단 시위를 벌인 셈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35년 동안 이들을 거의 방치하고 살았다.


치과에 갈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자동차 정비소에 들어간 차처럼 부품을 하나씩 교체하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치료가 끝나고 나니 왠지 입속에 새 부품들이 정렬된 기분이었다.


이제는 6개월 뒤 정기검진만 하면 된다고 의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어딘가 미묘한 표정도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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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 입속 공사가 끝나면서 자신의 꾸준한 수입원이 하나 줄어든 아쉬움이 살짝 묻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웃음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 너무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인간의 치아는 생각보다 성실하게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치과 문을 나서며 괜히 입안을 한번 굴려 보았다.

정비를 마친 기계처럼 어딘가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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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의 고요,

여섯 시간의 낮잠,

그리고 입속의 새 부품들.


오늘 하루는 어쩐지 몸 여기저기에서 작은 정비가 이루어진 날 같았다.


사람의 삶도 가끔은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잠을 조금 잃어버리기도 하고,

다시 깊이 자보기도 하고,

오래 방치했던 것들을 하나씩 고쳐보는 시간.


그렇게 조금씩 정비를 마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다음 날을 살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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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평소 오전내내 하울링을 하던 아래층 반려견이 오늘 조용했습니다. 덕분에 낮잠을 잘잤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끓인 미역국이 오늘은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그 맛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처음 신청한 이벤트에 선정이 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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