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6.도서인플루언서, 그 세번째 도전

by 마부자

오늘 도서 인플루언서에 다시 신청했다.

이걸 벌써 세 번째다.

처음 떨어졌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웃어넘겼다. 세상에는 나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많으니까.


두 번째 떨어졌을 때는 살짝 자존심이 건드려졌다. 사람이라는 게 참 단순하다. 평소에는 겸손한 척하면서도 막상 결과가 나오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내가 이 정도는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슬쩍 올라온다.


그러고 보니 그 두 번의 결과는 꽤 많은 감정을 남겼다.


자존심도 조금 상했고, 동시에 ‘아직 부족한가 보다’ 하는 반성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감정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따로 있었다.


오기가 생겼다.

참 묘한 일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을 증명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순간이 온 것 같았다.


게다가 작년부터 규정도 바뀌었다고 한다. 두 번 떨어지면 이후에는 3개월 뒤에야 다시 신청할 수 있게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떨어지면 바로 다시 신청하고, 또 떨어지면 또 신청하는 사람들.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책을 좋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도서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은 일종의 작은 깃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깃발을 한 번쯤 꽂아보고 싶은 마음.


어쨌든 나는 작년 12월 두번째 떨어지고 부터 꽤 열심히 준비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고, 글도 더 정리해서 올렸다.


이제 결과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또 떨어질 수도 있다. 세 번째라고 해서 특별한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세 번 도전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보다, 네 번째 다섯 번째에 되는 이야기들도 훨씬 많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이 나쁘지 않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설사 이번에도 선정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때는 또 3개월 뒤를 기다리면 된다.


생각해보면 책이라는 것은 원래 결과보다 과정이 더 긴 일이다.


한 권의 책을 읽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 문장들이 마음에 스며드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아마 나의 도서 인플루언서 도전도 그런 종류의 시간일 것이다.


오늘은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책을 펼치면 된다.


결과는 나중의 일이고,

지금 내가 할 일은 여전히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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