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7.결혼식에서 이제 우린 부모의 자리를 생각한다.

by 마부자

오전 11시. 지인의 자녀 결혼식이 있어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경칩을 지난 하늘의 햇살은 이미 봄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햇빛만 보면 분명 봄인데, 바람은 아직 겨울 쪽에 마음이 남아 있는 듯했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갑다. 이런 날의 옷차림은 늘 애매하다. 겨울옷을 입자니 조금 답답하고, 봄옷을 입자니 괜히 허전하다.


다행히 오늘의 일정은 대부분 차 안과 실내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래도 집을 나설 때는 잠시 고민이 된다.


예식장 건물에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차장 입구에는 이미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결국 주차를 하고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예식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었다.


마침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음악이 흐르고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다.


주례가 끝나고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인인 형님은 덩치도 크고 첫인상이 꽤 강한 분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가끔 조폭으로 오해할 정도로 우락부락한 체격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신랑이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순간 형님의 눈가가 금세 젖어버렸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결혼식을 보면서 ‘우리도 결혼할 때도 부모님이 많이 우셨지’ 하는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신랑과 신부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을 보며, 문득 우리 딸과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우리도 그 인사를 받게 될 날이 오겠지. 신혼부부의 출발보다, 부모의 자리가 먼저 떠오른다는 사실이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결혼식이라는 것은 늘 두 세대의 이야기가 동시에 흐르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긴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1부 예식을 마치고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아 연회장으로 내려갔다.

식당이라기보다는 연회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조금 놀라운 일이 있었다. 직원이 먼저 스테이크를 가져다준 것이다.


결혼식 피로연에 꽤 많이 다녀봤지만 스테이크가 먼저 나오는 곳은 처음이었다.


한쪽에는 와인도 준비되어 있었다. 스테이크를 다 먹은 뒤에는 부페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음식들도 신선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다. 최근 다녀온 결혼식 피로연 중에서는 꽤 인상적인 곳이었다.

아내와 나는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을 했다.


“여기 1인당 단가도 꽤 비싸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산기가 머릿속에서 돌아가기 시작한다. 접시에 담긴 음식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숫자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 축의금 조금 더 했어야 했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멈칫했다.


사실 결혼식 문화라는 것이 참 묘하다. 분명 축하의 자리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계산의 감정이 함께 따라온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귀한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최대한 좋은 음식으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사람들은 그 마음에 대한 답례로 축의금을 전한다. 원래는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구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문화가 조금씩 서로에게 부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둘이 가서 이 정도 축의금을 내고 식사를 하면 혹시 속으로 ‘적게 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괜히 축하하러 갔다가 눈치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떤 날에는 차라리 결혼식에 가지 않고 계좌로 축의금을 보내는 것이 더 편한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굴을 보며 축하를 건네는 일보다, 숫자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더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건 어딘가 아쉬운 일이다.


오늘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던 것처럼, 결혼식이라는 자리는 결국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축하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언제부터 이렇게 계산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계산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늘도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우리는 그 시작을 바라보며 잠시 우리의 시간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결혼식장을 나서며 바람이 다시 얼굴을 스쳤다.

햇살은 여전히 봄이었지만 바람은 아직 겨울이었다.


아마 계절도 이렇게 천천히 자리를 바꾸는 중일 것이다.

사람의 시간도 그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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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축하의 자리에 초대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이들이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맛있게 먹고 즐겁게 웃고 축하를 해주며 마무리한 오늘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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