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5.안 맞는 부부가 34년을 함께 살아온 이유

by 마부자

우리 부부는 올해로 결혼 29주년이 된다. 여기에 연애까지 포함하면 서로를 알고 지낸 시간이 3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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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만 보면 꽤 긴 시간이다.


그래서 가끔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 이제 서로 모르는 것이 없겠다고.


하지만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는 동갑내기 친구처럼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지금도 사실 친구에 가깝다. 친구처럼 편하고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오래 살아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순간은 여전히 생긴다.


예를 들어 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겠다고 하고 나는 영화를 보겠다고 한다. 그러면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결국 둘 중 한 사람이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역시 안 맞아.”


저녁 메뉴를 정할 때도 비슷하다. 아내는 고기를 말하고 나는 회를 말한다. 그 순간 또 같은 말이 나온다.

“안 맞아.”


그렇게 우리는 그 말을 습관처럼 사용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오후 아내의 볼링이 끝난 뒤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작은 일이 있었다.


저녁 메뉴를 정하는데 의견이 갈렸고 결국 다수결로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결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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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코 농담처럼 말했다.

“역시 안 맞아.”


그러자 옆에 있던 지인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 그렇게 안 맞는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오래 같이 살아요?”


나와 아내는 순간 웃으며 “그러게요” 하고 넘겼지만 그 질문이 이상하게 머릿속에 계속 남았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우리는 서로 안 맞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다.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보고 싶은 영화도 다르고 다른 점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34년을 함께 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그 이유는 우리가 서로 잘 맞아서가 아니라 안 맞는 순간을 대하는 방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맞지 않는 것을 문제로 만들지 않고 그냥 웃어넘기는 것. 누가 옳은지 따지기보다 누가 양보할지 가볍게 정하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은 거창한 문제라기보다 아주 사소한 취향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볼지, 어디로 갈지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를 서로의 성격이나 가치관의 문제로 확대해 버리는 순간 갈등은 생각보다 빠르게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을 조금 가볍게 다루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하게 된 것이다.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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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어쩌면 우리 부부가 만들어낸 작은 완충장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취향을 확인하는 순간 긴장 대신 웃음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일종의 신호 같은 것.


그 말 한마디 덕분에 우리는 누가 틀렸는지 따지기보다 그냥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안 맞아”라는 말은 관계를 깨뜨리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말이 되었다.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와도 완전히 맞을 수 없다. 오래 함께 산 부부라고 해서 취향까지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산 사람일수록 더 잘 안다.

서로 다른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완벽하게 맞는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아니라, 맞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취향과 생각 사이에서 조금씩 양보하고, 가끔은 웃어넘기며, 때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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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래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가 점점 더 닮아가는 과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부분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오늘도 가끔씩 말한다.

“안 맞아.”


그리고 그 말 뒤에는 늘 같은 뜻이 숨어 있다.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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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내의 볼링점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내가 만족해합니다. 그모습을 보며 나도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책을 읽으며 조금씩 생각을 더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나 스스로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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