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6.재일동포, 조선족, 재미동포라는 이름 속 역사

by 마부자

오늘 저녁, 막내와 뉴스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의 질문을 들었다.

“재미교포가 무슨 뜻이에요?”


나는 별 생각 없이 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막내는 곧바로 질문을 이어갔다.

재중교포도 있느냐고?



순간, 나는 그렇겠지 하고 대답했지만 나 스스로도 재중교포라는 말은 왠지 낯선느낌이었다.

재일교포, 재미교포는 많이 들었는데 왜 재중교포는 낯설까?


일단 막내에게 아빠도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얼버무릴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 역시 그 말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금 찾아보기로 했다.


알아보니 우리가 흔히 쓰는 ‘교포’라는 말은 생각보다 오래된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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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식적으로는 ‘재외동포’라는 말을 더 넓게 사용한다.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의 사람이나 한국계 혈통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표현이다. <자료출처: 재외동포청>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며 나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

내가 ‘재중교포’라는 말을 낯설게 느꼈던 이유였다.


생각해보니 내 귀에는 그 표현보다 ‘조선족’이라는 말이 훨씬 익숙했다.


조선족은 단순히 중국에 사는 한국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민족 이름이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많은 한반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만주 지역으로 이주했고 그 후손들이 중국 국적을 가진 채 중국 사회 속에서 하나의 민족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들을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따지면 조선족과 중국동포는 사실 같은 의미가 아니다. 조선족은 중국 국적을 가진 하나의 민족을 뜻하는 말이고, 중국동포나 재중동포는 중국에 사는 한국계 사람들을 넓게 부르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두 말을 같은 의미처럼 사용한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서 온 한국계 사람들의 대부분이 조선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 살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조선족 같은 호칭이 없었을까? 도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그건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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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끌려가 살게 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본에서 살아가지만 일본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스스로가 일본 사람이 되는 것을 인정을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재일동포’라는 말은 단순히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을 뜻하는 표현을 넘어 식민지 역사와 정체성의 이야기를 함께 품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재일동포, 조선족, 재미동포라는 단어들은 단순히 어디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그 단어들 속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이주와 역사,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사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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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었고, 누군가는 전쟁과 식민지의 시대 속에서 떠밀리듯 다른 땅에 남게 되었으며, 또 누군가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스스로 낯선 나라로 향했다.


그렇게 각자의 이유로 다른 땅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시간들이 하나의 단어 속에 조용히 겹쳐져 있었다.


우리는 그 단어들을 너무 쉽게 말한다. 재일교포, 조선족, 재미교포. 마치 단순히 지도를 가리키듯 말하지만, 그 이름들 속에는 한 사람의 인생과 한 시대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막내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단어들을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의 대화는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지만, 나에게는 오래된 단어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단어들 속에 담겨 있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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