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0.20년간 함께 일한 사람이 말해준 진짜 나

by 마부자


“사랑은 오해다.

그 사람은 남들과 다르다는 오해.

그리고 영원할 거라는 오해.”


영화 파반느의 시작 장면에서 들은 이 문장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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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먼저 읽고 영화를 본 나는, 익숙한 문장을 다시 만나는 기분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고 있는 문장인데 더 깊이 스며들었다. 마치 책 속 인물이 살아 나와 내게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문장은 하루 종일 마음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오후에는 오래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1년 6개월 만의 통화였지만, 20년 가까이 함께 보낸 시간은 그 공백을 금세 메워주었다.


그는 내가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고 했다. 나는 그 회사에 끝까지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을 듣고 웃었지만, 그 웃음은 가볍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버티고, 맡은 역할을 다하며, 조직 안에서의 책임을 다하는 삶. 그것이 내가 선택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나는 따뜻한 동생이 아니라, 차갑고 냉정한 리더였다. 감정보다 판단을 앞세우고,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래서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을 사람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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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는 순간, 서운함과 인정이 동시에 찾아왔다.

오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다시 그 문장이 떠올랐다.


사랑은 오해라는 말.

그 사람은 남들과 다르다는 오해.

그리고 영원할 거라는 오해.


사랑뿐만 아니라 관계 역시 오해 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이해하고 싶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 오해는 상대방만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나는 그동안 많은 오해 속에서 살아왔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를 것이라는 오해,

그 자리에서 오래 머물 것이라는 오해.


그 오해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한 방향으로 굳혀놓은 기준이 되었다.


흔들리지 않으려 했고, 감정보다 판단을 앞세우며 살아왔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는 점점 사람보다 역할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갔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최선을 다해왔다고 믿었지만, 그 최선이 늘 따뜻함을 동반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눌러두며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되고, 어디에 영원히 머물러야 할 사람도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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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오해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비로소 나라는 사람을 다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어떤 기준으로 규정하며 살아간다.

나를 하나의 모습으로 단정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나와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누군가를 오해하고 있거나

혹은 스스로를 하나의 모습으로만 규정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조용히 돌아보았으면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오해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조금은 더 편안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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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여행을 가셨던 어머니가 잘 도착하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먼저 연락을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한권의 책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독서의 매력에 감사함을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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