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봄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잔잔했는데,
이상하게 마음까지 차분해지기보다는
괜히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날이었다.
비 오는 날은 늘 그렇다.
몸은 가만히 있는데
생각만 바빠진다.
오늘은 책을 읽다가 ‘호손효과’라는 말을 알게 됐다.
사람은 누군가 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조금 더 나은 행동을 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이거 나 얘기네.”
나는 생각보다 연기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직장에서는 늘
성실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누가 보고 있든 없든이 아니라,
누군가 보고 있을 ‘가능성’만 있어도
자세가 달라졌다.
괜히 키보드도 더 또박또박 치고,
서류도 한 번 더 넘겨보는 척을 한다.
누가 보면
‘참 꼼꼼한 사람이구나’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꼼꼼함은 상황에 따라 ON/OFF가 가능하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생각보다 많이 느슨하다.
해야 할 일을 잠깐 미루는 건 기본이고,
“이건 나중에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합리화 능력도 꽤 뛰어난 편이다.
지인들과의 자리에서도 비슷했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말을 한 번 더 고르고,
괜히 더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 모습이 조금 웃기게 느껴졌다.
나는 언제부터
‘괜찮은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었을까.
진짜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한 게 아니라,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건 아닐까.
비가 계속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괜히 나 자신을 관찰하게 됐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보면 나는 좀 대충 사는 편이구나.”
생각보다 솔직한 결론이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완전히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보고 있으면
제법 괜찮아지는 사람이니까.
문제는
그 ‘누군가’가 항상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그래서 요즘은
글을 쓰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누가 읽을지 몰라도
어쨌든 읽힌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조금 더 나를 정리하게 된다.
그렇다고 멋있게 쓰고 싶은 건 아닌데,
그래도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어쩌면 나는 지금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시선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비는 여전히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의 나를 슬쩍 돌아봤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