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엘리베이터 안에 한 장의 공지가 붙어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소음이 예상된다는,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그 공지를 볼 때 조금 시끄럽겠지 싶었다.
그런데 오전 11시가 되자 집 안이 갑자기 공사장의 한가운데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는 아니었지만, 막상 소리가 시작되니 더는 집에 머물 수가 없었다.
결국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고 책 한 권을 챙겨 현관을 나섰다.
가까운 도서관에 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시간도 애매했고, 그래서 발길이 향한 곳은 집 근처의 한적한 공원이었다.
공원에 앉아 책을 펼치며 생각해보니
나는 독서를 시작한 뒤로도,
아니 53년을 살아오면서도 공원에서 책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오늘의 외출은 피난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작은 발견이 되었다.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치자 따뜻한 봄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바람은 가볍게 불었고, 주변은 이상하리만큼 편안했다.
그리고 집보다 밖이 더 조용하다고 느끼는 낯선 순간을 맞이했다.
사실 집 서재는 대로변과 가까워서 차 소리가 늘 배경처럼 깔려 있다.
너무 익숙해서 조용하다고 착각했을 뿐이지, 가만히 듣고 있으면 쌩쌩 달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공원에서는 자동차 배기 소음 대신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의 목소리.
어르신들이 나누는 대화 소리.
아이들이 지나가며 남기고 가는 짧은 웃음소리.
신기하게도 그런 소리들은 내 독서를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 소리보다 훨씬 부드럽게 들렸다.
소음에도 결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된 것 같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아지 짖는 소리였다.
아파트 안에서 들릴 때는 예민하게 들리던 반려견의 하울링이 공원에서는 전혀 다른 소리처럼 느껴졌다.
같은 짖음인데도 한쪽에서는 소음이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풍경의 일부가 된다니 조금 이상하고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나는 한참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은 소리 자체보다도,
그 소리가 놓인 자리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집 안에서는 나를 밀어내는 소리였고, 공원에서는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결국 오늘 나를 밖으로 내보낸 것은 공사 소음이었지만,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소음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조용함의 모양이 꼭 한 가지는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늘 집이 가장 조용한 공간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봄날의 공원 벤치 하나가 그 생각을 바꿔놓았다.
뜻하지 않게 시작한 공원 독서는 생각보다 좋았다.
햇살과 바람이 있는 자리에서 책장을 넘기는 일은 꽤 근사했다.
이제는 조용한 시간을 찾고 싶을 때 꼭 실내만 떠올리지는 않게 될 것 같다.
오늘의 소음은 분명 귀찮은 일이었지만,
어쩌면 나는 그 덕분에 이제껏 몰랐던 나만의 독서 자리를 하나 새로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에서 함께 걸어 퇴근을 했습니다. 아내가 좋아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봄이 되어 새로운 하루루틴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는데 오늘 소음덕분에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아를 편하게 마실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