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치고는 많은 비가 아침부터 내렸다.
한 번 시작된 비는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하루 종일 창문을 두드렸다.
그래서 오늘은 결국 위층의 공사 소음과 함께 집 안에 머무는 날이겠구나 싶었다.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곳을 정해놓았는데,
비 오는 월요일이 결국 나를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창밖에는 빗소리가 가득하고, 방 안은 조금 어둡고,
그 사이에 앉아 있는 나는 서둘러야 할 이유를 잠시 잊는다.
보통 한 권의 책을 펼치면 끝까지 한 번에 읽는 편이지만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그렇게 읽지 않았다.
지난달 병원에 가는 기차 안에서 첫 장을 펼쳤고,
그 뒤로도 조금씩 나누어 읽게 되었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8년 전 코로나의 기억이 느닷없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공기와 침묵, 사람들 사이에 번지던 불안과 조심스러움 같은 것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시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래서 몇 줄을 읽다가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지나온 시간을 다시 통과하고 있는 것인지 문득 헷갈려질 때도 있었다.
나는 가끔 독서를 무언가를 더 배우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한다.
물론 책은 늘 새로운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페스트>는 배운다기보다 다독여진다는 느낌이 더 컸다.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내 마음도 조금씩 가지런해졌다.
책이 해주는 일은 늘 거창하지 않다.
다만 내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느라 놓쳤던 생각들을
다시 내 앞에 조용히 앉혀놓을 뿐이다.
나는 그 앞에 마주 앉아 한동안 잊고 있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어쩌면 독서란 새로운 지식을 얻는 일 이전에,
흩어진 나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비는 그쳤다.
바깥세상은 흠뻑 젖어 있었고,
나는 책 속 문장들을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대단한 일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헛되지 않은 날이었다.
많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조금 더 깊은 곳까지 다녀온 기분이었다.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집 안에 머물렀고,
한 권의 책은 그 고요 속에서 내 마음을 오래 붙들어주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빗소리 덕분인지 공사 소음이 좀 덜 시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께서 파김치를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맛있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책을 받는 순간은 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