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독서를 통해 마음 트래킹을 함께 한 하루

by 마부자

오전에는 비가 내렸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창밖의 하늘은 맑음과 흐림의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고, 잠시 공원의 독서 공간으로 갈까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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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세 흐려지는 하늘을 보며 책상 앞이 더 어울리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하루를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오전에는 그의 새 책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을 읽고 서평을 썼고, 그 뒤로는 책과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보며 하루를 보냈다.



책을 읽고, 그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영상으로 듣고 있자니 마치 한 명의 안내자와 오래 산책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페이지에서 만났던 문장들이 영상에서는

다른 온도로 살아났고, 글로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안에 들어왔다.


내가 김경일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을 통해서였다.


그때도 세상에는 좋은 강의가 참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역사, 음식, 경제, 건강.

저마다의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나와 좋은 말들을 들려준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면 너무 좋은 말이어서

오히려 현실과는 조금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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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같은 말이라도

내 귀에 들어오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어떤 말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어떤 말은 가슴에 오래 남는다.


같은 조언이라도

누가 말해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는 순간들.


내게 김경일 교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어렵지 않게 들리는데 가볍지 않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데 얕지 않았다.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는 흔한 표현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의 책 <적정한 삶>을 읽었고,

한동안 그가 나온 영상은 거의 다 찾아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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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퇴사를 하고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나의 관심사는 조금씩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하와이대저택을 알게 되었고,

또 다른 방식의 자극과 동기부여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김경일 교수는

한동안 내 애청 목록에서 조금 멀어졌다.

잊었다기보다 잠시 뒤로 밀려났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다시 그의 강의를 들으며,

어떤 좋은 사람은 멀어졌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취향처럼,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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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그의 목소리는 반가웠고,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책을 읽는 일과 영상을 보는 일은 서로 닮았지만 분명히 다르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책은 내가 천천히 걸어가며 만나는 길 같고, 영상은 누군가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걷는 길 같다.


솔직히 말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 쪽은 영상일 때가 많다.


독서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으니까. 그런 날은 차라리 영상을 보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그 말이 맞다고 느낀다.

다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독서가 먼저이고 영상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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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비유하자면 독서는 주식이고

영상은 외식 같은 것이다.


매일 먹어야 나를 살리는 것은 결국 밥이고, 외식은 기분 좋게 곁들이는 즐거움에 가깝다.


그렇게 오늘 하루 나는 김경일 교수와 함께 한국인의 열 가지 모순을 배웠다.

똑똑한 일잘러가 가장 효율적으로 8시간을 보내는 방법 | 김경일의 키워드 EP.03 |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


책의 제목처럼 정말 ‘트래킹’에 가까웠다.

저자는 어떤 결론을 단정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하나의 지점을 보여주고 그 옆의 풍경을 함께 설명해 주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치

공원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길가의 표지판마다 짧은 문장이 적혀 있고, 그 문장을 읽으며 봄바람 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


급하게 정답을 주는 대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남겨두는 설명.


좋은 책 한 권과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하루를 이렇게 편안하게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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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지식보다도, 다시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한 안도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혼자 읽지만,

때로는 그 혼자 읽는 시간이

누군가와 함께 걷는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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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영상강의를 들으며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베트남 커피를 처음 맛보았습니다. 향이 좋았습니다. 선물해주신 분께 감사했습니다.

막내를 잘키운 보상을 나라에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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