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3. 얻기 위해 쓰던 글에서 이제는 건네는 글로

by 마부자


처음 블로그라는 것을 알게 된 건 201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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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블로그를

내 이야기를 쓰는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에 필요한 글을 올리는 창구쯤으로 여겼다.


그래서인지 블로그는 열려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안에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개설은 했지만 시작은 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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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오랫동안 내 블로그는 조용했다.

아니 멈춰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2020년에 다시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그때 역시 출발점은 회사 홍보였다.


한 달에 한두 개 정도 글을 쓰며

블로그를 붙들고 있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적이 분명한 글쓰기였다.


그러다 2023년 11월의 어느 날,

처음으로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블로그는

홍보의 공간이 아니라 기록의 공간이 되었고,

기록의 공간은 조금씩 내 마음이 머무는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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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블로그가 진짜로 살아난 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독서를 하고 부족하지만 나름의 서평을 쓰고,

작년부터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써왔다.


그렇게 1명에서 시작된 서로이웃이

오늘 5,000명이 되었다.


숫자로만 보면 단지 5,000이라는 결과일 수 있지만, 내게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글을 스쳐가고, 머물고,

때로는 마음을 나눠준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이 숫자를 보며 대단하다는 마음보다

이상하게 조금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오래 비어 있던 공간도 진심이 쌓이면

결국 누군가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된다는 것을,


내 블로그가 조용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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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해왔던 것 같다.


이익집단의 일원으로서 성과를 위해 움직였고,

목적을 위해 애썼고, 결과를 위해 시간을 썼다.


그 방식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그 또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이었고,

그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글만큼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쓰고 싶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내가 받은 위로와 배움, 내가 지나오며 알게 된 마음들을 누군가에게 조용히 건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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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나는 더 꾸준히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싶다.

그리고 내 블로그가 잠시 머무는 공간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보의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그런 글이다.


오늘의 5,000명은 끝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다시 다잡게 만드는 숫자처럼 느껴진다.


더 잘 써야겠다는 다짐보다 더 오래, 더 진심으로 써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생긴다.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생각하며 계속 쓰고 싶다.


아마 오늘은 그 마음을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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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포항으로 돌아가는 둘째의 차 뒷모습을 보며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저녁 연꽃습지 산책을 6개월만에 다녀왔습니다.

늘 부족한 나의 글에 찾아와 주시는 많은 이웃분들께 오늘은 감사인사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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