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4.나에게 꾸준함의 의미를 알려준 235개의 단어

by 마부자

작년 4월 13일.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단상이 꼭 서평의 문장 안에만 머물러야 할까.


어느 단어는 책을 덮은 뒤에야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기 시작하는데, 그 마음을 따로 적어두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불쑥 든 생각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



그 뒤로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미 한 번 읽은 문장인데도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걸린 단어 하나를 붙잡아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일이 어느새 나의 새벽 루틴이 되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당장 어떤 결과가 보장되는 일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나를 끌어 당겼다.


그렇게 첫 글을 쓴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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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빼고 주절주절 적어온 글들이 쌓였고,

책 속에서 건져 올린 단어는 235개가 되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그저 셈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내게 그 단어들은 단순한 목록이 아니다.


그날그날의 마음과 계절과 컨디션이 묻어 있는 작은 흔적들이다.


어떤 날은 단어 하나가 위로가 되었고,

어떤 날은 내가 미처 설명하지 못하던 마음을 대신 말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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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거의 30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했지만,

결과가 더디면 중간에 포기했고,

뚜렷한 보상이 보이지 않으면 방향을 틀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새벽의 글쓰기는 달랐다.

그저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단어를 붙들고,

내 생각을 조금 적어보는 일이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래서 오래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오늘도 한번 적어보자는 마음이 더 컸고, 그 단순한 반복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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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습관은 대단한 결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반복에서 자란다는 것을.


새벽마다 쓴 이 글들은 단지 문장을 남긴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없다고 생각했던 성질 하나를 천천히 증명해주었다.


나도 반복할 수 있고, 조용히 쌓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1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하지만 내게는 분명한 변화의 시간이었다.


예전의 나는 결과가 보여야 마음이 움직였지만,

지금의 나는 계속하는 일 자체가 사람을 바꾼다는 것을 조금은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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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235개의 단어보다,

그 단어들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데려온

나의 아침들을 더 오래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내가 쌓아온 것은 글이 아니라,

나를 믿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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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운동복을 입고 아파트 현관을 나섰는데 비가 왔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에 감사했습니다.

겨우내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했던 이불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올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이불들을 새로 깔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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