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TV를 보다가 캠핑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다음 주에 예정된 캠핑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차 얘기로 넘어갔다.
다시 캠핑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꾸준히 다니게 된다면 지금 타는 승용차보다는 아무래도 SUV가 더 낫겠다는 의견이었다.
새 차는 부담스럽고,
솔직히 지금의 형편에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서 중고차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문득 함께 캠핑을 다니던 지인이 떠올랐다.
한때는 한 달에 네 번씩 함께 캠핑을 갈 정도로 자주 만났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각자 사는 일에 밀려 연락이 뜸해졌지만,
캠핑 이야기를 하니 가장 먼저 그 사람이 생각났다.
오늘 오후 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지만 어색함은 잠깐뿐이었다.
예전에 함께 다녔던 시간이 있어서인지
내 캠핑 스타일을 바로 떠올리며
이런 차, 저런 차를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차도 보고, 오랜만에 얼굴도 볼겸
주말에 방문을 하기로 했다.
차보다 안부를 확인하는 쪽이 더 반가운 방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하려는데 지인이 내게 말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전화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나는 순간 조금 머쓱해졌다.
필요한 게 있어서 내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이고,
오히려 정보를 얻은 쪽은 나인데 저 말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좋은 정보 줘서 내가 더 고맙죠” 하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고마운 쪽은 분명 나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 사람은 나에게 감사하다고 했을까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오늘 그 사람에게 연락한 이유는 분명했다.
차가 필요했고, 그 일을 하는 아는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이유 속에
아주 이상한 익숙함 하나가 숨어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동안 아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살 때,
아주 미세하게라도 이런 마음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아는 사람이니까
조금 더 싸게 해주지 않을까.
조금 더 신경 써주지 않을까.
남들보다 뭔가 하나쯤 더 챙겨주지 않을까.
지금 와서 들여다보니
참 얄팍하고도 은근한 기대였다.
대놓고 요구한 적은 없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분명 그런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건 관계를 관계로 두지 못하고
슬쩍 혜택으로 번역해버리는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안다는 이유가 배려의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보상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나는 한때 그 둘을 조금 헷갈리며 살았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내게 잘해주면 고마운 일이지,
당연한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정말 관계를 아끼는 마음이라면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깎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어렵게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단지 안다는 이유로 상대의 수고를 할인받으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건 친분이 아니라 이상한 보상심리에 더 가까운 일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예전만큼 그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 마음은 늘 자기 편한 쪽으로 미끄러질 수 있으니 가끔은 이렇게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관계와 거래를 섞어 생각하지 않는 태도,
친분 앞에서 더 단정해야 한다는 마음 같은 것을 떠올리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그런 쪽의 배움을 하나 얻은 날이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웃으며 통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8km를 걸으며 물은 300ml만 마셔도 될 정도로 목마름이 줄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함없이 나에게 길을 내어주는 산책로가 있음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