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축하를 잔뜩 받은 날이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내 생일을 챙겨주는 모양새였다.
심지어 네이버는 검색창 왼쪽 위에 내 이름까지 띄워주었다.
물론 그 이름이 세상 사람 모두에게 보이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라는 걸 안다.
그걸 모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그 작은 배려가 꽤나 신기하고 또 기분이 좋았다.
순간 나는 굉장한 유명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대기업과 금융권이 나를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이라니,
듣기만 하면 제법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과 지인들은
아무도 내게 생일 축하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생일을 음력으로 보낸다.
양력 날짜가 되면 세상은 축하를 시작하지만,
나와 나를 아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생일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내가 조금 옛날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세대가 바뀌면서 우리 집 아이 셋만 봐도
모두 양력으로 생일을 보낸다.
생일을 기억하는 방식 하나에도 시대의 방향이 묻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사소한 일인데도 괜히 세월의 흐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엄밀히 말하면 내 생일은 아니지만,
마치 생일을 두 번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괜히 들뜨고 이득을 본 느낌마저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생일이나 기념일의 의미는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그날이 다가오기만 해도 들뜨고,
누가 기억해줄까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모른 척 지나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어쩐지 조금 쑥스럽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감정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데
표현하는 방식이 예전처럼 대놓고 기대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축하가 반갑지 않은 것도 아닌 묘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기계가 보내온 문장들조차
사람의 빈자리를 조금 다정하게 메워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 늘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고,
사람을 대신하는 얼굴을 하고 들어올 때는
괜히 화도 나고 두렵기도 하다.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놓치게 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다는 걸 나 역시 자주 느낀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사소한 즐거움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기술이 참 묘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 종일 내 이름과 축하멘트가
화면 한쪽에 떠 있는 것만으로
하루가 조금 더 환해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지금 시대가 가진 작고 귀여운 능력 아닐까 싶다.
오늘은 생일이 아닌데 축하를 받은 날이었다.
정확하지 않은 날짜 덕분에 오히려 조금 더 오래 기분이 좋아질 수 있었고, 두 번의 생일을 가진 사람처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기념일의 의미는 예전보다 옅어졌을지 몰라도,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기억해주는 순간의 반가움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좋아졌다는 말을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날들도 많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네이버 검색창 옆에 뜬 내 이름 하나로 그 말을 잠시 믿어보고 싶었다.
기술이 무서운 만큼
또 이렇게 소소한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이 세상도 생각보다 꽤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양력생일을 축하해준 대기업 대표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저녁 메뉴를 겸사겸사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쏘카에 대해 오늘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참 편리졌음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