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8.26년 대구 캠페어를 다녀왔다.

by 마부자

아내와 함께 대구 코엑스에서 열린

캠핑&레저박람회에 다녀왔다.


다음 주에 지인과 캠핑 약속도 잡혀 있었고,

캠핑을 안 하겠다며 정리해두었던 용품들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서 겸사겸사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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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어 대구


박람회장은 북적이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봄은 역시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는 계절이고,

캠핑이라는 취미도 그런 계절의 등에

가장 잘 올라타는 것 같다.


천천히 부스를 돌며 물건들을 보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한때는 캠핑 장비 하나를 고를 때

꽤 진지했던 사람이었고, 주말이면 차에 짐을 싣고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 시간을 따져보니 캠핑을 했던 세월도 10년쯤 되고, 캠핑을 접은 지도 또 10년에 가까워져 있었다.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었다면

반짝이는 물건들 앞에서 설렜을 텐데,

한 번 해본 사람의 눈은 아무래도 조금 다르다.


설렘보다 판단이 먼저 나오고,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인다.

무엇보다 가격이 우리를 가장 크게 놀라게 했다.

1억 2천만 원짜리 캠핑카가 전시되어 있고,

텐트 하나의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모습을 보며 아내와 나는 몇 번이나 서로를 쳐다봤다.


캠핑도 세월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었다.


한때는 자연에 가까이 가기 위한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연보다 가격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했다.


두 시간을 꽤 성실하게 걸어 다녔지만

결국 우리가 건져온 것은

1만 9천 원짜리 주물 프라이팬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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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텐트도 아니고 화려한 장비도 아닌,

고기 구워 먹을 프라이팬 하나를 사 들고 나오는

부부라니.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박람회장을 나오며 아내는 괜히 왔다는 말을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괜히 헛걸음만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우리가 지금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는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말했다.

기왕 주물 프라이팬을 샀으니

집에서 시험 삼아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고.

나는 바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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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베란다 한켠에 주물팬을 꺼내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박람회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는데,

정작 집으로 돌아와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새로운 장비에 설레는 사람은 아닌지도 모른다.


대신 나와 아내가 어떤 시간을 좋아하는지는

조금 더 또렷하게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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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비보다 함께 걷는 발품이 좋고,

비싼 캠핑카보다 집 베란다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 한 끼가 더 즐겁다.


한때는 캠핑이 멀리 떠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디에서 무엇을 갖추고 있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사전예약으로 입장료 1만원, 주차비 5천원을

포함하면 오늘의 수확은 3만 4천 원짜리

주물 프라이팬 하나뿐이었다 해도

이상하게 아쉽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박람회에서 캠핑 용품을 사 온 것이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 아직 남아 있는 취향 하나를 다시 확인하고 돌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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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충동구매의 유혹을 잘 이겨내고 돌아왔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박람회를 보며 예전의 열정이 아직 남아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뜻밖의 삼겹살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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