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1.미세먼지 가득한 봄날의 하늘을 보며.

by 마부자

하늘은 봄보다 먼지의 계절에 더 가까워 보였다.


연꽃습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초록도, 물빛도, 바람도 아니었다.

멀리 펼쳐진 하늘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봄날에 기대하는

푸른빛을 품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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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열려 있어야 할 자리에

회색빛이 가만히 내려앉아 있었다.


분명 봄 한가운데인데도 계절이

제 얼굴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습지를 걷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온한 산책처럼 보였지만,

그 평온 안에는 모두가 같은 불편을 감당하고 있다는 공통의 표정이 숨어 있었다.


좋은 계절을 만나러 나왔지만

마음껏 숨을 들이마실 수는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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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기다린다는 일이

꼭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늘 좋은 순간을 기다리지만,

그 기다림의 과정은 생각보다 자주

불편하고 답답하다.


봄은 왔는데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햇살은 있는데 하늘은 흐리고,

걷고는 있지만 마음껏 기뻐할 수는 없다.


삶도 비슷한 것 같다.

내가 바라던 날은 분명 가까이 와 있는데,

늘 가장 좋은 얼굴로 도착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회색빛을 두른 채 오고,

마스크를 쓴 채 견뎌야 하는 모습으로 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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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공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불편함을 안은 채로도 습지를 걸었다.


모두가 조금씩 답답해하면서도

제 나름의 방식으로 계절을 건너고 있었다.


어쩌면 인내라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건들 속에서도

하루를 포기하지 않는 것.


인생의 좋은 순간들도

늘 맑고 선명한 모습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먼지가 낀 채 오고,

내가 상상했던 장면과는 다른 표정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결국 계절은 조금씩 제 빛을 되찾는다.


오늘의 봄이 충분히 봄답지 못했다 해도,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회색 빛 하늘을 보며 봄을 기다리는 일에도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맑은 하늘을 곧바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회색빛의 하루를 지나야 비로소

더 푸른 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계절은 단번에 완성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답답함까지 품은 채

천천히 제 자리에 도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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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마스크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어제의 맑은 하늘에 감사함을 다시 새겨보았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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