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사랑이 가능하기나 할까?"
임경선 -12년간의 직장생활 후, 2005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호텔 이야기>, <가만히 부르는 이름>, <곁에 남아 있는 사람>, <기억해줘>, 산문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평범한 결혼생활>, <다정한 구원>, <태도에 관하여> 등 다수의 책을 썼다. 나흘에 한 번, 경북궁 주위를 달린다.
임경선 작가의 소설 <다 하지 못한 말>을 집어 든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 그녀의 글을 만난 것은 <태도에 관하여>였습니다. 그 책에서 느껴진 단단하고도 무심한 듯 정직한 문장들이 묘하게 마음을 붙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읽으면서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 속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독자가 내 책을 집어 들어주는 것은 운이고,
두 번째 집어 들면 내 실력이다.
두 권 다 마음에 들면 그는 '내 독자'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저는 운이 아닌 선택으로 그녀의 독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첫 번째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건조하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반쯤 맞고 반쯤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 속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것들이 스며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간결한 문장들이 더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래서 그녀가 가슴 아프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어떤 말들을 하고, 또 어떤 말들은 다 하지 못했을까.
임경선 작가의 <다 하지 못한 말>은 잃어버린 사랑과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주인공 ‘나’는 오랜 연인이었던 ‘그’와의 헤어짐을 담담히 마주합니다. 이별 뒤에도 잊히지 않는 그와의 기억은 현재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고, 주인공은 그와 나누었던 대화, 하지 못했던 말들,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되짚습니다.
그녀는 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서서히 상처를 마주하고 회복해 나갑니다. 감정의 과잉을 배제한 건조한 필체 속에서, 사랑의 찬란함과 상실의 고통은 더욱 생생히 드러납니다.
이 소설은 사랑을 통해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끝내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탐구이자, 그 모든 감정을 담담히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이메일을 읽기만 하고 답신을 하지 않았어.
답장을 받지 못한 이메일이나 답신을 받지 못한 문자메시지들은
영원히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우주를 부유하는 천벌을 받는 것만 같아.
- 106page
임경선 작가의 소설 <다 하지 못한 말>은 단순히 사랑의 아픔을 그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끝내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정형화된 삶과 변화하려는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안정적이고 정형화된 삶을 살아가는 공무원입니다. 그녀의 일상은 반복되는 업무와 규칙적인 삶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반면, 그녀의 연인이었던 ‘그’는 자유롭고 예술적인 감성을 지닌 피아니스트입니다. 그의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 둘의 사랑은 처음에는 서로의 차이에서 매력을 발견하며 시작됩니다. ‘나’는 그의 예술적 열정에 매료되고, ‘그’는 그녀의 안정적이고 차분한 모습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차이는 점점 균열을 일으킵니다. 정형화된 삶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그녀와, 늘 변화를 갈망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그 사이의 간극은 메워지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이별의 아픔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삶의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안정 속에서 안식을 찾고, 또 다른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합니다. 이 두 가지가 교차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하나로 어우러지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다 하지 못한 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형화된 삶과 변화하려는 삶은 때로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을 아닐까, 주인공 ‘나’와 ‘그’의 사랑이 아름다우면서도 아팠던 이유는, 그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사랑의 결말에 대한 슬픔만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오히려 저에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까?”
“그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
임경선 작가는 절제된 문체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와 하지 못한 말들을 통해 그들의 복잡한 감정을 생생히 그려냅니다. 그녀의 문장은 감정의 과잉 없이, 그러나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임경선이라는 건조함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 하지 못한 말>은 사랑을 통해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정형화된 삶과 변화하려는 삶이 만나는 순간, 우리는 그 틈새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게 될까요? 작가는 저에게 그 답을 직접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자의 삶 속에서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가도록 여백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삶이란, 사랑이란 결국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