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溜冰)

Macaron 감성살롱

by Mac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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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바다가 떠올랐다. 조각조각 균열을 마주한 구름들이 흡사 유빙(溜冰) 같다.


우리가 유빙이라 부르는 이 녀석들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생겨난 얼음이

여러 가지 외부 요소에 의해 떨어져 나가

바람 따라 바다의 흐름 따라 여기저기 자유로이 떠돌아 다니며 흐름대로 산다.

유빙은 흐르며 소멸하기도, 부딪혀 깨지기도, 혹은 다른 유빙과 합쳐져 커지기도 하며

자신의 본질을 자유롭게 융합/해체한다.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원래 모습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의 본질은 유빙이고 그가 어떤 형태로 변화하든 여전히 유빙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탄생부터 영면까지 사람은 끊임없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내가 지금 나라고 믿는 모습이 예전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고 미래에도 이 모습일지 장담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내 인생을 마주하는 순간순간 나는 가장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취하기도, 버리기도 하는 작업을 반복할 거라는 사실이다.

흐르고 흘러 인생이라는 강 하류 끝에 도달한 나.

그곳에서 상류 시작점의 내 모습을 바라 본다면 과연 하류에 도착한 내 모습과 같을까?

같지 않다 한들 그것은 내가 아니라고 부정해야 할까?

아니야.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나다.

그 모습은 그 당시 내가 최선을 다 한 나의 나됨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지금 내 모습이 그렇지 못해서 괴롭다 울고 있는 그대를 안아주고 싶다.

인생은 흐르고 그대도 흐른다.

그 전에도 그대는 그대였고 지금도 그대는 그대고 후에도 그대는 그대일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그대는 그대다. 바다를 유영하는 유빙이든, 하늘을 유영하는 유빙 같은 조각 구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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