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aron 감성살롱
2015. 08. 25 일기
술을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여행 전날의 객기인지
주량이 맥주 1/4컵인 주제에 해운대 밤바다에서 크루저 한 병 KGB 한 병 이렇게 두 병이나 들이켰었다.
웬일로 이게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이번 일로 내 주사가 술을 마시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술을 마실수록 감정선이 선명해지고 아픔이 어제 일처럼 생생해져서 자꾸 술을 욕심내서
내 몸상태와 상관없이 자꾸 마시려고 달려들더라.
정신도 맑았고 갈 지 자로 걷지도 않았고 필름이 끊기지도 않았고 여튼 생각보다 멀쩡했는데,
다만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와서 샤워하러 들어가서 거울 속 내 몸을 보는 순간 멀쩡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몸이 울긋불긋 열꽃이 피어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크고 작은 열꽃 송이송이를 파르스름한 혈관들이 얼기설기 두름 져 관통했다.
두어 시간 눈 붙이고 일어났을까
열꽃의 열기가 머리 끝까지 올라와서 꽃봉오리가 팡 터지듯 전신에 통증이 퍼져버렸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온몸이 열이 나고 통증이 심해지다 못해 피부가 아린다.
술을 한 모금 베어 물었을 때 가슴속 저기 어딘가에 잠들어 있던 아픈 마음을 직면했다.
울컥해서 잊어버리겠다고 술을 자꾸 마셨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아픔이 점점 더 선명해졌던 것 같다.
술은 물감이 되어 내 몸을 캔버스 삼아 나의 아픔을 그려내었다.
주량을 차고 넘친 술은 혈관을 따라 내 온몸 구석구석까지 지배하고 있던 고통의 크기와 흔적을 따라 흐르고
술이 흘러간 자리마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열꽃이 피어났다.
여름의 끝을 알리는 비가 내린다.
뜨겁게 만개한 내 열꽃을 달래 주는 서늘한 비가 말한다, 이것 또한 지나갈 거야.
아프고 뜨거운 열병을 한껏 앓았으니, 이젠 그 열꽃을 붙잡고 있지 말고 나에게 보내 달라고.
몸이 휘어질 정도로 아파도 미련하게 감정을 마주하는 나의 감정 대응 방식과
열꽃을 움틔울 정도로 몸에 술을 쏟아 버리는 나의 주사는 어딘가 닮아있었다.
열기가 식는다.
열꽃이 희미해진다.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