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감별사

by 포카혼타스

가끔 사람들의 마음속에 구멍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 구멍이 작은 것이고 얕은 것이어서 금방 메워지는 것이었으면 좋았겠으나,

대개는 아주 크고 구조적으로 촘촘하게 나있다.


그런 것들은 도저히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더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젊음의 상징이었고 청춘이었을지 모르겠다.

그 구멍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못 견뎌했던 것인지

내 구멍도 아닌 남의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든 채워보겠다며 아등바등거렸다.


어느 마음 한편에서는

“알잖아… 그건 블랙홀이야.”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도

그것을 꿋꿋하게 무시했다.

채울 수 있을 거라며 나를 더 채찍질을 했다.


아마 그간 부어온 노력과 시간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들이 뒤엉켜있었던 탓이다.


탈진을 하고 나서야 그것이 블랙홀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에 대해서 놀랍게도 내가 갖게 된 것은 패배감보다도 더 큰 피로감이었다.

나는 정말 말 그대로 탈진해 있었다.

그건 내 마음뿐만 아니라 공허한 내 눈빛을 통해 물리적으로도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훈장 같은 것을 달아버렸다.

블랙홀만 보면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보다는

저것은 남의 것이라며 마음을 되새기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다시 탈진한 나를 만나게 될 테니까,

수없이 많은 날을 땀으로, 눈물로 흘린 뒤에 메마른 눈으로 나 자신을 보는 날이 오고야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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