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홀연히 잡아먹을 것 같은 계절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 되고 싶지 않았다.
발버둥을 쳐보려고 처음에는 LP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을 갔다.
따뜻한 라떼를 한 잔 시켰고, 헤드셋을 쓰니 청각과 미각을 제외하고는 모든 감각이 제외되기는 했는데…
심연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발버둥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걸 풀어주면 나는 마음이 잡아먹힐 것 같았고,
그러자고 풀어주지 않자니 그 발버둥을 애써 무시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몇 날 며칠이고 봄이 오기를 간절히 빌었다.
개나리와 목련이 피기를, 그리고 나무들 곳곳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걸 반드시 보고 싶었다.
그 겨울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 되뇌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그 추운 겨울날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니며 구하던 잉어빵은 나의 위로였다.
올해 겨울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다가오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직도 가을 옷을 알음알음 입고서 아직은 겨울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뺨이 붉어질 무렵이 되어서나 겨울이 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일찍 다가오는 어둠 앞에서는 기어코 트리를 찾아내어서 사진을 찍었다.
일부러 크리스마스 노래를 찾았고, 집은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날 마음이 아주 차디차고 시렸던 계절을 기억하며-
나는 그 외로움을 끌어안기로 결심했다.
산 정상에서 마주하는 거센 바람처럼 그것이 올지라도 나는 맞기로 작정했다.
그래, 와라.
내가 너마저도 강하게 꼭 끌어안아줄게.
너를 울리고, 애간장이 녹도록 너를 안아주려마.
시간이 지난 뒤에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의 마음이 지쳤구나.
그리고 네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시간을 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