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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30. 2020

Hey!

M&A story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라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할 정도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높았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관심이 가볍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작은 관심으로 인해 그들과 상생하는 것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나는 동생의 해외근무로 인해 생각지도 못하게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고, 그가 외로울 거란 생각에 한 마리를 더 입양했다. 우리에게 남은 건 행복하게 함께하는 것뿐이란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는 하루하루 뼈에 새기며 살아왔다.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쓰려고 했던 것은 실제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들로 인해 내가 삶의 자락을 붙잡은 기억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와 함께 존재해 준 것만으로 감사했던 기억을 남겨두고 싶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함께'라는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경제력은 물론 책임감과 양심을 가져야 하고, 학습을 해야 하며, 심하게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모든 것은 개인의 사상으로 인한 결정의 문제이고, 선택에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도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정이라는 것이 생기고, 환경이 변하며, 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느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나라면 안 그런다는 오만한 편견을 주장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의 사정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고민의 무게도 다양하다. 더구나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 어떤 것이 옳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 역시도 번 아웃되어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의미가 없어졌을 때, 고양이 사료 하나 챙겨주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 적도 있다. 원인모를 울음을 울거나 심하게 싸우며 예민해진 그들을 보며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문밖으로 내어놓으며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이럴 때 나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해결했다. 엄마! 고마워요) 그 고비를 넘겼기에 지금도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나를 인정해주지 않던 몽고도 이제는 할배가 되어 나와 더 붙어있고 싶어 하고, '안아줘'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철저하게 잘하던 배변습관도 무너져 하루에도 몇 번이나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집사의 업무다. 쾌적하게 청소를 해줘야 하고 때에 맞춰 사료와 맑은 물을 제공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도 가끔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내 역할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들과 사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고양이를 통해서도 삶의 다양한 형태를 배웠다. 짧은 다리와 통실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만스러워하지 않는 모습에 내가 가진 외모지상주의를 반성할 수 있었고, 잘 먹고 자는 같은 매일을 보내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에서 삶을 치열하게 생각했던 내 모습을 멈춰볼 수 있었다. 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줄 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고, 잘못하면 애교를 떨어 순간을 모면하는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이렇게 나와 공감하며 나의 말을 알아듣는 그들의 존재가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도 새벽이 되면 사료를 달라 깨우는 그들의 성실함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당연한 일상이 감사하다.




현재 우리는 편안하게 조용한 곳에서 서로 차이가 있는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사건과 사고로 특별한 날도 있다.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감정도 소중하고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남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날까지 즐기고, 또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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