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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9. 2020

Dear Ang-Zue

M&A story

나는 아직도 너를 입양하러 가던 날, 너를 안으려고 그 집을 가구를 들어내며 찾았던 기억 때문에 땀이 나. 그때처럼 너는 여전히 활동적이고 탐험을 좋아했기에 눈을 뗄 수 없는 고양이였고, 냉장고나 싱크대, 행거처럼 높은 곳을 다니며 했던 너의 모든 목적이 식탐 때문이라는 것에 내가 더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기도 했어.



우리 집에 와서 적응도 잘하고, 사료도 잘 먹고, 잘 놀아줘서 너무 고마워. 이제 와서 말하지만 너를 데려오는 것이 나에게는 큰 모험이었어. 몇 달 동안의 고심해서 한 결정도 확신도 안 들고 자신이 없었거든. 그런데 오자마자 네 집처럼 잘 지내는 모습에 적응력이 빠른 내 모습과도 같아서 참 동질감을 느끼고 안심이 되었지.



너무너무 먹성이 좋아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한 번은 배가 터지게 먹으면 먹지 않을 거란 생각에 며칠 동안 사료를 맘껏 부어주었는데 정말 멈추지 않고 먹는 너를 보며 네 배가 터질까 봐 걱정되어 그만두었던 기억이 나.

생각해보면 태어날 때부터 많은 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중성화 수술까지 해서 네가 많이 먹고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나는 네 짧은 다리에 몸이 커지면 건강을 해칠까 봐 염려했던 거야.



커가면서는 너희 둘이 다른 사료를 먹어야 해서 주의 깊게 나눠 주었는데 어느 날부터 몽고가 더 맛있는 걸 먹는다고 생각했는지 사료그릇을 비교하는 너를 보고 많은 설명을 해야 했지. 나의 작은 감정도 놓치지 않는 네가 혹시라도 오해해서 식탐이 생겼나 싶어 참 고민스럽기도 했어. 



그래도 너는 나의 염려와 다르게 튼튼하고, 애교 많은 냥이로 커 주었지. 겁 많은 성격이 된 것은 뜻하지 않는 사고들이 네 앞에서 많이 일어나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 아직도 가끔만 너를 쓰담 거리게 허락하는 것 보면 경계하는 내 모습을 닮았나 싶어서 멍하니 바라볼 때도 많아.



아깽이인 너는 어렸을 때도 찾기가 힘들었는데 커서는 더욱 찾기가 힘들었어. 너의 털 색상이 어두운 것도 있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너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 모험심이 많아서 어디든 올라가고, 탐험하고, 놀아줘서 고마워. 너의 그런 성격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 하지만 아깽이 시절에 냉장고 위를 올라간 건 너무했어. 네가 다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거기서 넌 네 몸보다 큰 사료 봉투를 밀어서 봉투를 뜯은 채 몽고와 맛있게 먹고는 모른 척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 집엔 cctv가 있었거든.



그리고 취소할 수 없는 일로 해외에 다녀왔을 때, 대용량 사료를 반 이상이나 털어먹고 호랑이가 되어 침대 밑에 있는 너를 발견했을 땐 너의 포스에 눌린 나는 저절로 간식을 내밀었던 것 같아.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부탁해서 사료는 모자라지 않았겠지만 매일 밤 오지 않는 나의 존재에 대한 그리움으로 폭식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는 모습이 참 특이해서 자는 너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볼 때도 많았는데 나는 누워서 자는 고양이를 처음 봤거든. 그리고 다양한 포즈로 자면서 사람을 홀리는 네 모습을 보면서 보통 고양이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 사람처럼 누워서 손을 가슴에 얹고 잘 때는 너 역시도 고양이가 아닐 거라는 의심을 했지. 



너는 늘 혼자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나를 생각하면 그것도 이해가 되어서 너를 존중하는 장소를 만드느라 많이 고심하기도 했어. 너를 위해 나는 여러 장난감과 용품을 만들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야 창의력이 쑥쑥 자랐어. 그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처음엔 몽고가 외롭지 않기 위해 너를 데려왔지만, 우리가 겪는 상황 속에서 내가 오히려 어른이 되어갔다고 생각해. 펫은 주인을 닮는다는데 사소하게 작은 것도 나와 같은 너를 보면서 뭐 저런 것까지 닮나 싶어서 의아했는데 사랑하기 때문에 바라보고 닮아간다는 말에 밤에 자면서 이를 가는 네 입을 살짝 잡아주는 걸로 내 사랑을 대신했지 뭐야.



목욕을 싫어해서 동네 사람들 다 부르고 욕실을 리모델링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 그렇게까지 싫어할 줄 몰랐거든. 안아주다가 안정이 되면 씻겨주는 방법도 생각했는데 너는 안는 것도 잘 허락하지 않아서 목욕은 우리에게 밀린 숙제 같은 일이었어. 그래도 목욕 후 먹는 간식은 좋아해서 그 생각으로 좀 참아줬으면 싶었는데 그게 쉽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지?



너를 데려온 날이 그리 오래전 같지 않고 너는 언제나 내게 아가 같은 고양이라 어리게만 생각했는데 네가 태어나 내게 온 날도 벌써 11년이 되어가네. 더 이상 사람들에게 아가라고 해도 믿지 않지만 그래도 내게는 늘 아가 냥이로 남아있을 것 같아. 너무 잘 먹고, 마음이 열리면 어느 환경이든 씩씩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적응하는 네게 언제나 고마워. 더욱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어.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 요구해도 좋아!


사랑한다.

나의 고양이.

앙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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