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의 진화

by 이롱이

그땐 몰랐다.

친구 숙제 슬쩍 베껴도

들키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다.

개미 관찰 일기, 탐구 보고서...

어차피 내용만 같으면 뭐 어때?


그 재능(?)이 꽃핀 건 어른이 되어서야.

대학에선 리포트 구매가 '스마트한 투자'였고,

직장에선 기획안 돌려 막기가 '벤치마킹'으로 포장됐지.

높은 자리에 올라도

별일 없을 거라도 생각했다.


그러나 내 이름이 알려질수록

차례로 발각되는 과거의 실수들

'참고'라 하기엔 너무 똑같고,

'영감'이라 하기엔 출처가 너무 뻔해.


복사와 붙여 넣기로 쌓아 올린 성공이

이렇게 무서운 부메랑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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