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예비소집일

by 마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 다가왔다.

예비소집일은 아이와 보호자가 학교에 방문하여 대면으로 관련 서류를 주고받고 간단한 질의응답을 한다. 길어야 2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대면하는 기회를 통해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교에 대한 친근감을 아이에게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예비소집을 통해 학교에서는 아이의 안전과 실존을 확인할 의무도 있다고 한다. 과거 발생했던 허위 출생신고, 아동학대, 방임, 사망 후 방치 등의 안타까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학통지서와 각종 서류도 주고받아야 하니 짧지만 꽤 중요한 시간이다.


<학교 가는 길>

예비소집일 당일. 취학통지서를 챙겨 옷을 껴입고 아이와 문을 나섰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지만, 평소 동네 산책하며 자주 지나쳤던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아이도 왠지 신이 나는지 자꾸 앞서 걸으며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


지금 가는 이 길을 아이에게 통학길로 알려주기 위해 넓고 탁 트인 길로, 가장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는 동선으로 갔다. 걸을 때는 차도와 떨어져 걸어라, 자전거 조심해야 한다, 횡단보도 초록불이 켜져도 좌우 살피고 건너라.. 나도 모르게 우려와 걱정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이 말도 앞으로 수백 번은 말해야겠구나 하는 걱정도 보태며 학교로 향했다.


<실내화를 보며 든 바람>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예비소집일 장소 안내가 건물 기둥 곳곳에 붙어 있었다. 유치원과 같은 알록달록함 속에 어딘지 모르게 엄격한 규칙이 숨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긴장한 탓에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 아이와 안내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칸칸이 놓인 실내화장을 마주했다. 작은 직사각형안에 작은 실내화들이 옹기종기 들어가 있는 걸 보니 이걸 신고 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다 사라졌다. ‘우리 집 꼬맹이도 이제 여기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실내화로 갈아 신고 교실로 뛰어들어 가겠지? 걷는 걸음걸음마다 쑥쑥 자라고 친구들과 재밌는 추억도 많이 쌓았으면.’ 하고 바랐다.


<기대되는 학교 생활>

우리는 안내에 따라 1학년 1반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중앙에 작은 책상을 두고 앉아 있는 선생님 두 분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교실은 책상수에 비해 넓어 보였다. 그래서 복도 쪽에 자리 잡은 기다란 책장에는 각종 책과 교구, 장난감 등이 있어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놀이방 같은 유치원을 떠나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 같았다.


나와 아이는 선생님 두 분을 마주 보고 나란히 앉았다. 아이의 이름과 현재 다니고 있는 유치원 이름을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신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

“여기 교실 들어와 보니까 어때?”
“엄청 넓고 좋아 보여요.”
“이제 곧 있으면 초등학생이 될 텐데, 기분은 어때?”
“너무 기대돼요.”

아이의 대답을 듣고 선생님이 놀라며 기뻐하셨다. 예비소집에서 학교가 기대된다고 말한 아이는 처음 만났다며 기특해하셨다. 덩달아 나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아이에게 종이와 색연필을 주며 좋아하는 음식을 그려보라고 한 뒤 (아이는 열심히 수박을 그렸다), 그동안 선생님은 나와 서류를 주고받고 입학식 일정 등 기타 전달사항들을 알려주셨다.


<나의 숙제꾸러미>

집에 돌아오는 길. 묵직한 서류봉투를 끌어안고 걸으니 그 두께와 무게가 기대가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했다. 아이도 한 손으로 수박 그림을 신나게 흔들며 총총걸음으로 뛰듯 집으로 향했다. 서류봉투 안에는 멋진 첫출발을 축하한다며 학교생활 안내서, 학교 홍보자료 등이 빳빳한 종이에 보기 좋게 인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서류봉투는 보호자의 숙제꾸러미와도 같았으니 바로 각종 정보 기입과 서명이 필요한 서류들이었다. 가정통신문 역할을 하는 온라인 서비스 가입과 방과 후 수업 수강료 등의 결제를 위한 은행정보 기입 그리고 서명해야 할 동의서들만 대여섯 장이었다. 늘봄수업, 선택형 교육프로그램 수업, 돌봄 수업, 체험학습 신고 등 숙지하고 있어야 할 용어도 많았다.


공부하듯 꼼꼼히 읽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처럼 나도 학부모 1학년이 됐구나 실감했다.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입시까지 엄마의 정보력이 필수라는데 이 서류가 그 시작인 건가 싶었다. 초등학교 예비소집으로 아이의 대학입시까지 상상해 본 엄마, 나뿐만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