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까지 2주 간의 여정

by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학식 날이 다가왔다. 유치원 졸업식을 마치고 아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집에서 뒹굴거리기도, 박물관이며 도서관을 다니기도 하며 지낸 지 2주 만이었다.

아침잠도 푹 재우고 먹고 싶은 메뉴를 해줄 수 있고 같이 간식을 만드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유치원 졸업식 날부터 2주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었는데 막상 끝날 때가 되니 아이와 이렇게 온전히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무엇보다도 이번 2주는 그냥 방학이 아닌 초등학교 입학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책가방

책가방을 고르러 아이와 쇼핑몰을 찾았다. 가벼운 무게를 1순위로 생각하고 고른 브랜드의 매장이 마침 집 근처 쇼핑몰에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매장에서 매보고 색깔도 모양도 아이가 직접 보고 고르게 하고 싶었다. 앞으로 본인이 최소 2-3년은 매고 다닐 가방이니. (책가방이 별 탈 없이 저학년을 보낸다면 보통 고학년 시작할 때 새 책가방을 장만한다고 한다).


매장으로 들어서니 알록달록하고 깨끗한 가방들이 예쁘게 줄지어 서있었다. 매장 직원은 아이를 보자마자 예비 초등학생인지 넌지시 물어보고는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을 추천해 주었다. 이건 주머니가 특이하네. 이건 어때. 이거 진짜 가볍다. 한번 매 볼까. 어떤 색깔이 좋아. 나도 내가 맬 가방을 고르듯 아아의 의중을 물어보며 요리조리 살펴봤다.

아직 장난감이나 만화책, 군것질 거리가 아니면 쇼핑에 큰 흥미가 없는 남자 어린이는 어른 두 명이 양쪽에서 쏟아내는 질문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아이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일단 아이랑 둘이 둘러보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아이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 “
”아니. 있어. 여기 들어오자마자 마음에 드는 거 있었어. “
”정말? 어떤 건데? “
”저기 저 빨간 가방. “

그렇다. 아이는 진작에 마음에 드는 게 있었지만 두 어른의 질문 공세와 적극적인 영업에 입을 떼지 못한 것이다. 아이가 고른 빨간 가방은 주머니도 적당하고 심플하지만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 공식을 따르지 않아 좋았고, 빨간색이라 멀리서도 눈에 띈다는 점이 나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었다. 가방을 계산하고 매장을 나오며 이제 진짜 초등학생이 된다는 실감이 났다. 나도 첫 입학을 하는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이가 고른 멋진 빨간 가방

이름스티커와 필기구

책가방만큼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필수 준비물인 것이 있으니 바로 이름 스티커다. 보통 색연필, 사인펜, 줄넘기 등은 학교에서 무상으로 지급해 주는데 교실에 두고 쓰기 때문에 첫 등교 때 이름스티커를 붙여 가져가야 한다. 아이는 어린이집 시절부터 이름스티커를 사용해 왔는데 마침 계속 써오던 게 떨어져 가기도 했고, 초등학생 때는 화려하고 요란한 캐릭터가 그려지지 않은, 깔끔하고 단순한 이름스티커를 붙여주고 싶었다.


이름 스티커 기계 앞에 선 아이는 천천히,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이름을 화면에 꾹꾹 눌렀다. 출력되어 나오는 구멍을 쪼그려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를 보니 초등학교에 대한 아이의 설렘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곧바로 필통을 보러 갔다. 초등학생 필통을 고를 때에도 규칙이 있었다. 일단 소리 나는 철이나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천 소재의 필통이어야 한다. 가방에 넣고 걷거나 뛸 때 소리가 안 나고 교실에서 혹시 장난을 쳐도 사고 위험이 적다. 그리고 연필은 2B연필로 세 자루, 네임펜 한 자루와 딱풀 하나도 지우개와 함께 항상 필통에 넣어 다녀야 한다. (이는 만나게 되는 담임선생님마다 조금씩 다르다)


수량과 종류까지 먼저 정해주니 고민할 필요 없어 준비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책가방 줄을 조절하고 필요한 학용품에 이름 스티커를 붙였다. 아직 내 눈에는 고사리 같은 이 작은 손으로 교실 의자에 앉아 교과서에 글씨 쓰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괜히 더 정성스럽게 스티커를 붙였다.


검진과 건강, 위생관리

초등학교 입학 전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었다. 감기에 걸려 입학식과 첫 수업에 참석 못하는 불상사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잠은 충분히 재우고 외출할 땐 꼭 마스크도 쓰고, 하루 세끼도 최대한 골고루 먹이려 노력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들이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병원과 미용실을 차례로 방문했다. 치과검진을 받고 처음으로 안과검진도 받았다. (안과검진은 보통 7-8살 즈음부터 받기 시작해 여름방학, 겨울방학마다 연 2회 검진받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다니 꽤 늠름한 1학년처럼 보였다. 가는 곳마다 의사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해 주고 귀엽다고 해주니 아이는 그저 싱글벙글했다.


축하 꽃다발

입학식을 며칠 앞두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떤 꽃다발을 준비할 거냐고 묻는 말에 그제야 생각이 났다. 입학식, 졸업식에 참석했던 일이 까마득해 학교 앞에 화려하게 늘어져있던 꽃다발들과 그 들뜬 분위기를 잊고 있었다.


꽃다발을 사더라도 아이가 받고 좋아할 만한 것으로 해주고 싶었다. 평소 풍선을 좋아했던 게 떠올라 지렁이를 닮은 긴 풍선으로 만든 꽃다발을 검색해 보았다. 완성본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비싸고 배송시간도 맞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


다음 날 바로 배송되는 풍선과 설명서를 주문하고 아이가 잠든 밤에 작업을 시작했다. 만들기 쉬워 보이는 설명서와 예쁘다는 구매 후기들에 비해 나는 만드는데 진땀을 뺐다. 실수로 풍선도 몇 개 터뜨리고, 꽃 모양은 만들었지만 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설명서대로 되지 않아 마지막 몇 개는 내 마음대로 꽃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자정을 넘기고 완성한 꽃다발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풍선을 가운데에 꽂으니 이상한 꽃모양도 가려지고 그럴듯해 보였다. 옷장에 잘 숨기고 뿌듯한 마음으로 새벽잠에 들 수 있었다.

어설펐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해줘서 기뻤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는 못만들 풍선 꽃다발.

다음 날, 왠지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풍선 작업으로 늦게 잤지만 많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입학식이라는 설레는 이벤트가 있었고, 곧 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오랜만에 방문하실 예정이었다. 옆에서 아직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분명 내 팔 길이보다 작은 아가였는데, 눈 깜짝할 새 초등학생이 돼버린 것 같았다.


가려진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들어왔다. 살짝 젖혀보니 함박눈이 펑펑 내리며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소복히 쌓인 하얀 눈을 보니 하늘도 함박눈으로 아이의 입학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포근하고 탐스럽게 내리는 함박눈 덕분에 더욱 잊을 수 없는 입학식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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