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됩니다

화의 대상을 찾아가는 시간

by 마침내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됩니다."

"결국, 감정조절이군요."

"감정과 기분은 좀 다르지만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타인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야 합니다."

"알아요, 알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니까 가끔 화의 대상이 바뀔 때가 있어요. 바로 후회를 하죠. 그럴 땐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나와 또 다른 내가 대화한다. 아주 가까운 마음의 깊은 곳에서 불쑥 올라온 생각이 말을 통해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마음의 거울 속에서 스스로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나의 업무는 많은 사람과 대화해야 한다. 어떤 날은 그 대화가 유독 피곤할 때가 있다. 자기 고집 피우며 우기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날이다. 그런 날은 그들을 상대하다 지쳐 마음이 화로 끓어오른다. '괜찮아, 오늘만 지나면 돼.' 스스로를 달랜다. 그러나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닥친다. 직원들의 실수가 연달아 생기고 그 일들을 처리하며 마음속의 화가 그들에게 터져버린다.


간혹 기분이 태도가 되어 '화'의 대상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참을 수 없는 마음이 결국 비뚤어진 태도로 직접 대상이 아니라 전혀 다른 대상에게 표현되는 것이다. 그것은 억누른 감정이 누군가에게 흘러가는 방식이며, 그 흐름은 종종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다. 나와 무관한 사람에게 쏟아진 그 감정은 오해를 낳고 관계를 흔들기도 한다.


그런 나를 인식하게 되면 비겁하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고개를 들 수 없다. 순간적으로라도 감정의 주인을 바꿔버린 나 자신이 부끄럽다. '왜 그랬을까.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자책은 곧 자괴로 번지고, 그 감정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며 내 일상에 그림자가 된다.


그날 밤, 나는 직원들의 당황한 표정을 떠올렸다.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갔을 일인데, 갑작스러운 내 언성에 움츠러든 모습들이 떠올랐다. 정작 화가 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왜 전혀 상관없는 직원들에게 그 감정을 쏟아냈을까.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채로 잠들기 어려웠다.


‘화’의 근본 대상이 벗어나 있음을 인식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강도에 따라 즉시일 수도 있고 하루나 이틀, 혹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감정을 곱씹고, 상황을 다시 해석하며, 마음속에서 조용히 무너졌다 다시 쌓여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 사이에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체념처럼 포기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성립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도 스스로에게는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문제는 참았을 때다. 참으면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풀리지 않은 감정이 마음속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가 결국 엉뚱한 사람에게 폭발하게 된다. 아무 잘못도 없는 상대방에게 날카로운 말이나 불편한 태도를 보이고 나서야, 그제야 깨닫는다. '그 사람이 아니었는데.' 당한 사람은 생각하겠지. ‘저 사람 뭐야? 왜 저래?’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내 감정을 다룰 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고, 신뢰는 금이 간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상을 제대로 알고 화를 내야 한다. 분노의 방향이 정확하지 않으면, 감정은 그저 타인을 상처 입히는 무기가 되고 만다. 참아내는 시간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그 '대상'이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그 뿌리를 자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 감정을 바라보고 다스릴 수 있다.


그러니 ‘화’를 누르는 시간에도 의식적인 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 단순히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고, 흐름을 관찰하고, 그 안에 담긴 나의 상처와 바람을 바라보아야 한다. 화는 종종 외부를 향한 것이지만, 실은 내면에서 비롯된 자기 방어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 언어를 바르게 해석할 수 있어야 타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감정을 다룬다는 건,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태도는 선택이며, 그 선택은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 속에서 익숙해진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때로는 실수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엉뚱하게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다시 돌아와서 사과하고, 성찰하고,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면 된다.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말고 매일 조금씩, 내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아가는 연습을 계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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