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꿔 생각해 봐, 정말 그게 가능할까?

당신을 이해하려 애쓰다, 나를 마주하다

by 마침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 같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이 말, 정말 많이 했고, 들었다. 당신에게도 질문하고 나에게도 물어봤다.


웬만하면 입장을 바꿔서 당신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애썼다. 그것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었고, 이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무리 바꿔 생각해도 나는 당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구나’라고 넘길 수밖에 없다. 이해되지 않는 일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편한 방법이다. ‘다름’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인정하면 된다. 너무 애쓰지 말자. 연구해서 논문을 쓸 일도 아닌데 파고들 필요 없으니까.


다시 한번.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 같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내가 싫어하는 건, 저 사람도 싫어할 수 있어.’ 이 생각이 시작이었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면 서로 마음 다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 자체가 어쩌면 틀렸다. ‘나와 너는 다르니까’라는 진실을 뒤늦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성격과 생각도 모두 다르다. 같은 단어를 말해도 각자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은 다르다. 그러니 이 질문은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인지 모른다.


또다시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 같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이 질문 속에는 ‘나처럼 생각하길 기대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나? 글쎄. 난 별문제 없는데.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 질문을 받는 상대도 나와 다른 감각과 기준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오면 머리가 멍해진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다. 정말로 그 입장이 되어 같은 상황을 겪어도 각자가 전혀 다른 기억과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 내가 직접 만난 사람은 고작 ‘소수’ 일뿐이다. 그 소수를 이해하는 것도 힘든데,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어쩌면 무리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애써본다. 그건 당신을 향한 나의 예의다. 이만큼은 해봤으니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는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작은 애정이다. 어쩌면 진짜 위로는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그 마음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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