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탕지옥 같은 여름이 가며 갑자기 한빙지옥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고 웅성거렸고, 나는 급변하는 기후 때문에 내년엔 가을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지막 가을일지 모르니 충분히 느끼고 눈과 마음에 새기고 담으라고 했다.
나뭇잎들은 지나치게 뜨거운 햇살에 타버리다 갑자기 닥친 추위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사람들은 날씨를 탓하며 올해는 단풍이 예쁘지 않다고 한 마디씩 했다. '그런가... 올해 단풍은 예쁘지 않은 것인가.' 생각하며 날마다 변해가는 가을을 봤다. 내가 보는 가을은 단풍의 품에 안겼고 단풍은 가을을 품었다.
산은 매일매일 변색했고 나는 매일매일 가을앓이를 했다.
가을은 버텼고 나는 그 시간만큼 가을앓이를 했다.
숲을 걸었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커질수록 나무는 비어 가는 중이다.
타다 얼었어도 제 몫 다하고 가는 중이다.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