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걷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나는 스님도 아닌데 사찰로 출근합니다.
이 연재는 스님이나 신도의 시선이 아닌, 사찰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눈으로 바라본 하루하루의 기록입니다. 법당의 향 냄새와 나무바닥의 따스함, 공양간의 분주한 손길과 사무실의 조용한 타자 소리까지. 사찰이라는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조금은 낯설고 특별한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늘 고요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은 절집도 결국엔 사람 사는 곳입니다. 정적 속에서도 수없이 많은 목소리와 감정이 오갑니다. 때로는 오해가 생기고, 때로는 작은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관계의 피곤함, 말과 마음 사이의 거리, 감정을 숨기지 못한 날은 눈물을 쏟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행복한 순간들도 숨어 있습니다. 커피를 내리며 나뭇잎 소리에 고개 드는 시간, 스님이 내리시는 차 한 잔에 담긴 말 없는 위로를 느끼는 시간. 고요와 속가의 분주함이 함께 공존하며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다른 날입니다.
어느덧 2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색적인 직장생활의 단면들이 모여 이제는 내 삶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내면의 고요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며, 위로받고 위로하는 마음의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몇 해 전, 매거진으로 몇 개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멈춰있던 기록을 이어 하나로 묶어보고자 연재북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천천히 읽어주세요. 어느 글이든 마음이 머무는 문장이 한 문장이라도 있다면 잠시 쉬어 가셔도 좋습니다. 가끔은 조급하게, 바쁘게 걷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런 순간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쓰겠습니다.
내일도 사찰로 출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