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무원입니다

종무원이 뭐예요?

by 마침내

종무원. 낯설고 생소한 직업이지만 나는 종무원이다. 누군가 "종무원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지금도 난감할 때가 많다. 사전에는 '종교나 종단, 종파 따위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임원'이라 정의하고 있다. 사찰에서는 스님은 교역직 종무원, 일반인은 일반직 종무원이라고 부른다.


사찰이 직장이라고 해서 엄청난 신심이 있는 건 아니다.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다녔던 기억과 여행 중에 만나는 사찰을 둘러보는 일이 전부였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는 말이 좋았다. 자존감이 높지 않았던 20대 초,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알지 못해 직장생활이 힘들었다. 어쩌다 친하게 된 사람들은 어김없이 나를 이용하거나 배신했다. 버틸 힘이 없던 시기가 있었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하여 자발적인 고립이 필요했고 그때 필연처럼 인연이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숨을 쉬기 위해 나는 종무원이 되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종무원은 '승'도 '속'도 아닌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도는 사찰소속이라 여기고, 스님은 출가하지 않은 일반인으로 본다.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누구의 편도 되지 못한 채 투명인간이 되기도 한다. 이 경계의 삶은 어려움만큼이나 특별한 의미도 있다.


사찰이 일반 직장과 다른 점은 도시의 삭막함과는 다르게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수묵화로 변화는 풍경, 풍경소리로 존재를 알리는 바람, 창밖은 언제나 빌딩보다 하늘이 먼저 보인다.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그동안 내가 근무한 사찰들은 편의점이나 식당, 커피숍에서 가깝지 않은 곳이 많다. 누구나 쉼터로 찾는 곳이기에 종무소에 앉아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이런 데서 일하니 참 좋겠어요."

나는 사람들이 건네는 이 말에 웃으며 대답한다.

"저에겐 여기가 직장이에요."

내 대답에 크게 웃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해서 웃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직장은 직장이다.


사찰은 열려 있는 공간이다. 종무소에 앉아 있으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떤 이는 경치에 감탄하고, 어떤 이는 상처받은 마음을 기대러 온다. 각자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사찰이기에 갈등과 고단함이 있더라도 그것을 치유하는 회복력도 빠르다. 어디든 사람의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종무원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종무원들끼리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으로 지내기도 한다. 예전에는 작은 방에 여럿이 지내며 일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개인 방과 욕실을 갖춘 곳이 많지만, 지금도 출퇴근을 하기보다는 절에 살면서 일하는 직원이 많다. 함께 먹고 자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순간들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처음에는 도피처였으나 이제는 이 경계를 오가는 일이 내 삶이 되었다. 종무원의 삶은 끊임없이 경계를 오가는 일이다. 그 속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는다. 삶의 모든 여정이 선택이라지만 선택 없이 잘 서있는 것도 존재의 한 방법임을 알았다. 사찰은 스님에게는 수행처, 신도에게는 기도처, 나에게는 직장이다. 오늘도 나는 종무원으로 '승'도 '속'도 아닌 곳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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