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절간같이 조용하지 않아요

물 위의 백조는 우아하지만..

by 마침내

사찰에서 일하는 사람도 ‘고요함’을 꿈꾼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법당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일이다. 특히 나른한 봄바람이 부는 날은 낮잠 자기 더없이 좋은 날이다. 법당의 큰 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피해 기둥에 기대앉으면, 향냄새가 가득 밴 커다란 공간이 나를 오롯이 감싸주는 듯하다. 따스한 나무 바닥은 오래된 기도의 흔적처럼 고요하게 반들거리고, 법당 문 너머로 들어오는 풍경소리는 더 깊은 나른함 속으로 빠지게 한다.


하지만 이 따뜻하고 아늑한 행복을 자주 느끼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절을 고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신도를 비롯해 관광객, 상담자, 행사 참여자들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뒤섞인 웅성거림, 행사 준비를 위한 의자 끌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사찰을 채운다. 법당 밖으로 새어 나오는 예불 소리조차 때로는 이런 일상의 소음에 묻히기도 한다.




사람의 움직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뒤따르는 일도 많다는 뜻이다.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며 다양한 방문자를 만나다 보면 종무원의 하루는 정신없다. 열 사람이 다녀가면 열 가지, 백 명이 다녀가면 백 가지의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동시에 온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은 "왜 이렇게 일이 많아요?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라요."라는 말을 남기고 두 달 만에 떠났다. 그가 어떤 환상을 품고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즈넉한 풍경만을 기대했다면 현실은 분명 낯설었을 것이다. 실제로 일은 많고 생활은 불편하다. 그래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는 이런 환상을 백조에 비유하곤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는 우아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물 밑에서 두 다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찰도 다르지 않다. 방문객들이 보는 것은 고즈넉한 풍경과 소박한 건물뿐이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종무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있다. 청소부터 예불 준비, 손님맞이까지. 물 밑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백조의 발처럼, 종무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움직인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는 사찰 곳곳의 종무원들이 있다.


사무실 담당자는 신도 방문이 많은 날 특히 더 분주하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중에 끼어들어 말을 걸어오는 사람, 동시에 울리는 전화벨,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분들과는 같은 말을 몇 번씩 반복해야 한다. 그런 날은 은행처럼 번호표가 있으면 좋겠다, 손오공처럼 분신술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사찰의 하루는 새벽 4시 예불로 시작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목탁 소리가 사찰 전체를 진동시키며 하루를 연다. 식사 담당자는 새벽 5시 반 아침공양 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과 씨름하며 식사 준비를 한다. 아침은 정해진 인원이 있지만 점심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늘 긴장의 연속이다. CCTV로 대충 인원을 파악하지만, 밥시간이 되면 숨바꼭질하듯 어디선가 우르르 나와 예측은 무용지물이 된다.


소란스러운 점심이 끝나면 곧장 설거지 소리와 함께 뒷정리가 이어지고 다시 저녁 준비를 한다. 법당 관리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 법당을 왔다 갔다 한다. 청소와 정리를 하다 보면 하루 2만 보는 기본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사찰은 금세 어수선해진다. 정갈한 도량을 유지하기 위해 종무원들은 계절 따라, 시간 따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고즈넉해 보일 뿐 절은 절간같이 조용하지 않다.



어느 날, 사람들이 물 빠지듯 빠져나간 뒤 스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절간처럼 조용하네."

사람을 많이 상대한 날은 목소리가 쉽게 쉰다. 잘 나오지 않는 쇳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스님, 여기가 절간인데요. 방금 쓰나미가 지나갔어요. 아직도 뒷정리 중인데, 절간처럼 조용하다고 하시면 여긴 대체 어딘가요."

스님은 웃으시며 "쇳소리 내지 말고, 차 마시러 차방으로 와."


나는 숨을 고르고 차방에 앉아 천천히 차를 마셨다.




오랫동안 절에서 일했지만, 법당에서 낮잠을 잔 기억은 손에 꼽는다. 그나마도 30분 남짓 꾸벅꾸벅 조는 정도다. 전화벨이 울리거나 방문자가 오면 30분도 못 채우고 끝이 나기도 한다. 비록 절간처럼 조용한 날은 드물지만 오늘도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 어쩌면 이 바쁨 속에서 찾아오는 짧은 고요함이 더욱 소중한지도 모른다. 향냄새 가득한 법당에서, 봄바람이 살랑이는 창가에서,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시 멈추는 그 순간을 위해 하루를 버틴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커다란 법당 한 귀퉁이에 널브러져 제대로 낮잠 한 번 자보고 싶다. 아마도 그것이 삶의 진정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조용함은 없지만, 분주함 속에서 순간의 고요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작은 행복이다. 바쁜 절 생활 속에서 찾은 나만의 고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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