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마법 주문
'수리수리 마수리 얍!'
만화에서 본 것도 같고, 책에서 읽은 것도 같지만 이 말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막대기봉을 흔들며 마법 소녀라도 된 것처럼 외치고 다녔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 삼아 말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이 말을 다시 마주한 곳은 의외의 곳이었다. 왜 이 말이 여기서 나와? 놀랐던 이유는 '천수경'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정구업 진언, 수리수리 마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경전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뜻을 풀이하면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이었다.
입으로 짓는 죄가 얼마나 쉽고 일상적인지 경전에서 가르쳐 주고 있었다. 경전을 읽기 전 입으로 지은 죄를 깨끗이 하라는 것은 말로 죄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없는 사람의 이야기로 그 시간이 채워졌다. 집에 돌아온 후 묵직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런 자리가 늘 그랬다.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니 앞에서 없는 사람 험담하는 사람은, 네가 없는 자리에서 너를 험담할 수 있는 사람이야."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이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어느 날 불교학을 전공한 후배를 만나 하소연을 했다.
"입 씻어주는 진언 말고, 나쁜 말 들은귀 씻어주는 진언은 없어?"
후배는 정구업진언을 바로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그런 건 없는데요."
"안 되겠다. 그럼 우리가 만들자. 정이업진언 수리수리 마수리. 그러면 되잖아."
입(口)을 귀(耳)로 바꾼 나의 재치에 후배는 한참을 웃었다. 그날 이후 정이업진언은 가끔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외치는 우리만의 주문이 되었다.
말은 우리가 매일 쓰는 가장 필요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조심해야 하는 도구다. 한 번 입을 통해 나간 말은 풍선처럼 부풀기도 하고, 때로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기도 한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했다. 경솔한 말에는 나 또는 누군가 상처받을 것이다. 말을 옮기다 보면 내 뜻과 다르게 전달되어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말은 못 하면 불편하지만 한 후엔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언제부터 '수리수리 마수리'가 마법의 주문으로 쓰였는지 알 수 없다. 어릴 적엔 소원을 비는 마법의 주문이었던 말이 이제는 입을 조심하고 귀를 맑게 하겠다는 다짐의 주문이 되었다.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담고, 들리는 소리에도 분별력을 갖고 싶다. 요즘 나는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이 말이 꼭 필요한 말인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그리고 가끔 아, 실수했다 싶을 때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수리 수수리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