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감정, 다른 생각

내 감정은 오직 내가 마음에서만 나오는 것이다.

by 마침내

우리는 모두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화가 나면서도 미안하고, 서운하면서도 이해하고 싶고, 상처받으면서도 상대를 생각하게 된다. 감정이란 게 원래 이렇게 모순의 겹으로 쌓여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으며 평소와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어떤 생각을 말하려 하자 친구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순간 짜증이 올라와 “내 말을 좀 듣고 대답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순간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그 모습에 나도 당황했다.


그날 밤 계속 그 순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친구가 정말 잘못한 걸까? 아니면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까? 답을 찾으려 할수록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났다. 처음엔 정당화하고 싶었다. ‘평소에도 내 말을 다 듣지 않고 중간에 말을 자르잖아.’ 그러다 당황한 눈빛이 기억나 미안해졌다. 상반되는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들락날락했다.


길을 걷다 문득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있는 감정이 상대에게 없지 않고, 상대에게 있는 감정이 내게 없지 않다. 단지 감정의 깊이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개인의 차이일 뿐이다.

친구의 말이 불편했던 것은 나와 다른 방식의 감정 표현법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내 방식대로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듯이 친구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할 권리가 있다.


내가 친구의 행동을 오해한다면, 그것은 친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 속에서 일어난 해석 때문이다. 세상에는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조용히 삭이는 사람이 있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감정의 방식은 다를 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무 뜻 없이 한 이야기가 다르게 들릴 수 있듯이 모든 감정의 표현은 자신의 마음과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고, 상대의 감정은 상대의 것이다. 서로 그 감정의 물결이 다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내 상상이고, 생각이고, 마음이다. 상대의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다. 모순처럼 보이는 마음이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넓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상반되는 감정들이 뒤죽박죽일 때, 부정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그대로 바라보고 흘려보내면 된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나면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하다. 그 이유는 시간과 관심이 긴 시간 함께 했기 때문이다. 내 감정은 오직 내 마음에서 나온다. 같은 감정이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감정과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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