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조직, 사무실 공유
디지털 노매드
: 첨단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일하는 사람이나 무리
칭기즈칸의 위업은 노매드(유목민)의 주거방식을 기반으로 한 기동성 있는 군대를 통해 달성되었다. 히틀러도 굴복했던 러시아의 추위도 칭기즈칸에게는 두 번이나 패전하였다.
디지털 노매드
애자일(Agile) 조직과 사무실 공유가 요즘은 대세인 듯 하다. 업종을 불문하고 대기업조차 사무실 공유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애자일 조직이라는 용어는 이제 하도 많이 통용되어 아예 탄력조직이라는 한국 용어를 선정했다고 한다.
애자일 조직과 사무실 공유를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이 잘 갖추어져야만 한다. 잘만 운영되면 기동성 있는 조직운영을 통해 적시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부수적으로 원가절감도 가능하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애자일 이라는 용어는 안 써도, 이십여 년 전부터 프로젝트 조직, TF팀, Cross-functional 조직, Matrix 조직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적절하고 기민한 의사결정 및 대응을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그리고 외국 본사 직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디지털 노매드가 되어 세계 각국에 위치한 지사들을 방문하면서 언제든, 어디를 가든 노트북 하나만으로 업무를 즉각적으로 처리하여 왔다.
애자일 조직, 공유 오피스
과연 제도를 도입만 하면 잘 되는 것일까?
문제는, `목적`과 `진정성`, 그리고 `조직 문화`이다.
사례) 3년전 모 외국계 대기업에서 일 할 때 공유 사무실을 도입하였었는데, 흑자가 어마어마하고, 몇백명 규모의 잘 나가는 회사다 보니 상당히 훌륭한 시설들을 구비하면서 공유오피스 제도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몇 백명 대비 너무도 많은 자리(50% 이상 축소)를 줄이다 보니 회의가 많은 월요일마다 (매주 월요일마다!!!) 자리가 부족하여, 그야말로 자리가 없는 `타의에 의한 거지 같은 노매드`들이 화장실 앞에서 전화회의도 하고, 간단한 미팅 정도는 그냥 복도에서 마치는 경우가 일상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회의실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라서 회의실이 빈 일정에 회의 대상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노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다른 부작용으로는, 아예 미리 없는 회의를 만들어서 회의실을 잡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선량한 마음으로 회의가 있을 때 닥쳐서 예약하는 사람만 피해를 입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본회의보다, 회의를 잡는게 더 스트레스인 웃지 못할 상황이 상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글로벌 본사에는 이 제도가 매우 성공적이라고 보고되었고, 적극적으로 홍보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결국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이 회사의 공유사무실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피드와 flexibility가 아니라, `경비 절감` 이었다. 사무실을 인원 대비 반 이하로 축소한 결과 상당한 면적의 사무실 임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겠지만, 신속성, 융통성, 탄력성 등이 장점인 사무실 공유를 비용절감에만 촛점을 맞추니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회의 진행` 등의 부작용이 발생된 것이다.
직원들의 불만은 높아져 갔고,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하여 글로벌 사기측정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꼴찌를 하였다. (노조도 결성되었다고 한다)
회사의 중역 및 경영진들은 좋은 제도를 도입하긴 하는데, 이를 단지 `일을 더 시키려고` 혹은 `비용을 절감하려고`라는 왜곡된 목적으로 오해하는 것을 종종 봐 왔다. 이러한 경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니 당연히 실패하거나 부작용이 속출하게 된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목적을 정하게 되면, 그것을 추진하기 위해 적절한 조직 등을 선정하고, 조직이 적응 및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해 몰입할 수 있는 사전 교육 같은 준비를 한다면 보다 새롭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가 중요하지만, 진정성있게 목적에 충실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