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날고 기는 면접불패, 면접에는 선수라 자부하더라도 십수번 이직을 하면서 면접에서 탈락한 횟수가 합격한 횟수보다 3~4배는 더 많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50여번은 면접에서 탈락했을 것인데, 오늘은 탈락한 기억들을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아직도 운영중인 회사들이 대부분이라서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1. 면접 장소에는 10~15분 정도 일찍 가고, 면접 장소는 사전에 확인을 잘하자.
대리 시절, 그리고 IMF로 유명한 취업의 암흑기에 기세 좋게 사직서를 내고 구직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벤처 붐을 타고 막 뜨기 시작했던 대형 IT 관련 회사에 면접을 간 적이 있었다.
나는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추위는 타지 않는 반면 여름에는 땀을 끼고 산다. 불행히도 이 날은 매우 더운 날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면접 대기실이 상당히 좁고, 면접 장소로 가는 통로에 있었다. 장소를 쉽게 찾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5분 전 정도에 도착했고, 호흡을 추스리고 땀 닦느라 정신 없는데, 누가 휙 지나갔다. 면접 장소에 들어가 보니 헉, 그분은 대표이사이셨고, 후보자 3명씩 집단면접이었는데, 뽀송뽀송한 다른 후보 두 분은 대답을 매우 잘 했고, 나는 이래 저래 당황하느라 첫 답변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후로도 머리가 띵하고, 후회감도 드는 상황에서 면접관님들도 별 질문이 없을 정도로 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듯 하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2. 미리 회사의 레퍼런스(평판)는 가능하면 확인 해 두는 것이 좋다.
국내 굴지의 유아용품 회사였는데, 1차 면접에 합격하였다는 연락과 함께 회장님이 직접 마지막 면접을 볼 것이라고 했다. 잘 준비해서 면접에 참여하였는데,,,이게 웬걸.
중견 대리급임에도 불구하고 한 타임에 10명씩 집단 면접을 보는 게 아닌가. 더 놀랄 만한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회장님의 공통질문이 아래와 같았다.
MF 시기에 지금 다들 직업이 없어서 지금 생활이 어려울 텐데, 만약 입사하면 지금의 비참함을 어떻게 우리 회사에 재직중인 사람들에게 전파할 것인지 1번부터 차례대로 발표하세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1 대 1 면접이었으면 회장님에게 한마디(일하러 지원했지 비참함을 팔려고 지원 한게 아니다) 하고 싶었는데 내 순서는 9번이었던지라 대중 앞에서 그렇게까지 하기 싫어서 대답은 대충 얼버무리고 나왔다. 당연히 탈락했다.
이와 유사한 다른 한 경우가 더 있었다.
자수성가하여 국내 해당 제품군 중 독보적인 1위로 키우신 회장님이 있었는데, 이분은 사회적으로 약간의 물의(직원 폭행, 노조 탄압 등)가 있었다고 들었다. 회장님은 나이가 많아서 약간 치매기가 있었던 듯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만든 회사라는 일념 하나만으로 최종 면접은 꼬박꼬박 하시고 있었다. 워낙 나이가 있어서 질문 자체도 완전 한국전쟁 당시의 질문 같은 질문이었던 터였고, 당시에는 다른 회사에 재직 중이었기에 에잉 이 회사는 합격해도 안 온다 하고 마지막 면접을 마치고 나오니, 웬걸, 그분의 따님 면접이 한번 더 면접을 보자고 한다. 일단 면접에 들어가니, 아버님은 명목상 면접(치매기가 있으신데, 면접을 고집하셔서)이고, 실제 마지막 면접은 본인과 하는 지금이 진짜라고 한다.
1시간 정도 더 면접 했고, 이분의 질문도 크게 다를 바 없었고, 면접 자리를 나오자 마자 추천했던 헤드헌터에게 전화를 해서 그 회사 포기한다고 알렸다.
이런 회사가 라떼시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듣기에 면접관 혹은 사장님 중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분에 대한 얘기를 가끔 듣고 있으니, 면접 가기 전에 가능하다면 해당 회사 및 상사에 대한 레퍼런스를 체크하고 가는 것이 좋다. 특히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회사들의 경우 각별하게 유의하여야 한다. 이런 저런 사유로 경력직들이 입사 이후 2~3개월 사이에 다시 이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3. 지방 사업장의 경우 이동시간을 잘 확인하고, 길을 잘못 들 경우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지방의 역사가 오래된 모 회사에 헤드헌터로부터 면접 추천이 있었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멀지 않고, 자녀들도 고등학교를 마친 터라 면접에 응하기로 하고 자차로 내비게이션만 믿고 출발하였다. 이상하게 시골 논길 등의 아주 좁은 길로 안내하고, 어찌어찌하여 5분전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잠겨 있는 빈 경비실만 있고, 풀만 무성하다…분명 회사 건물은 맞는 듯한데, 뭔가 이상해서 전화를 걸어 보니 이건 후문이며, 오래 전에 폐쇄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아 보니 회사 사업이 축소되면서 가동하는 공장을 줄였고, 내가 도착했던 정문으로 사용하던 곳은 폐쇄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나는 헐레벌떡 차를 돌려 2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는데, 이미 5명의 면접관님은 와 계셨다. 지금이야 자동으로 업데해 주지만, 주기적인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가 절실하다는 것도 이때 깨달았다.
#4. 직무 내용을 잘 확인하여 능력이 안 되는 회사는 아예 지원을 하지 말자. 면접관도, 후보자도 서로 피곤하다.
무늬만 외국계 회사에 다닐 당시 상당히 좋은 회사로 이름난 회사에 추천이 된 적이 있었다. 해당 직무의 직무기술서상 갖추어야 할 요건 중 영어가 유창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당시의 영어 실력은 그야말로 하찮은 수준이었지만 패기 하나로 과감히 면접에 참여하였다. 면접은 진행되었고, 몇가지 기본적인 영어 질문에 대답도 못하고 난처한 시간만 흐른 이후 결국 보기 좋게 탈락하고 말았다. 추천해 주신 분에게도 죄송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시간도 낭비하고,,,여러 가지 좋지 않은 기억들만 남았다.
면접은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상황이기에,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면접이다. 예기치 않은 것들로 인해 면접을 망칠 수도 있기에 다양한 실패기도 공유하니,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