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전성시대
월드컵 시즌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넘사벽 수퍼스타 손흥민과 대등하게 거론되는 수비수가 있다. 바로 김민재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수비 전성시대이다.
군 시절 즐길 거리라고는 그저 군대에서 축구 하는 것 밖에 없어서 가장 지루한 얘기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데, 사실 이는 군에서는 현실이다. 라떼 시절의 군에서는 축구 말고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었다. 요즘 현역들은 몸 관리를 위해 헬스도 하고, 악기도 다루고, 기타 다른 스포츠 종목도 즐기나 본데, (필자는 94년도에 전역함) 과거에는 축구 아니면 족구 두 가지가 군에서의 스포츠, 레져, 스트레스 해소, 약간의 내기 등등을 총괄하는 전부였다.
군에서 소대장으로 근무 당시 축구경기가 있게 되면 나는 포지션이 항상 수비수였고, 소대 선임하사는 공격수였다. 전반전이 끝나게 되면 하프타임에 선임하사는 수비 탓을 했고, 나는 공격수들이 골을 좀더 확실하게 넣어 달라고 불평하여, 수비와 공격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다.
수비수의 한번의 실수가 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니 수비는 역적으로 몰릴 가능성은 엄청나게 높은데, 공격수들을 보면 10번의 공격 실패에도 한 골만 넣으면 그야말로 영웅으로 부각되기에, 수비 입장에서는 이처럼 불공평한 게 없다. 누구는 한번의 실수로 역적이 되고, 누구는 한번의 성공으로 영웅이 되는 것, 이것이 공격과 수비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프로 축구선수들을 보면 연봉의 탑은 항상 공격수이다.
야구도 마찬가지, 공격이 투수 혹은 타자라면 수비는 포수일 텐데, 포수는 다칠 확률만 높지 다른 대우가 투수 혹은 명 타자들에 비해 현저히 열악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수비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수도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좋은 포수의 경우 각 팀에서 확보하려고 난리다. 강민호, 양의지 등은 구단으로부터 상당한 인정받고 있으며, 강팀의 조건으로 유능한 포수가 꼽히고 있다,
축구의 경우에도 김민재의 경우 이적료로 1,600억이 거론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손흥민의 예상 이적료는 1,074억 예측)
회사에서 수비와 공격은 어떻게 될까?
수비는 재무, 인사, 총부 부서 등이 될 것이고, 공격은 영업이라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특히 영업 위주의 회사에서는 영업이 꽃이기에, 이 부서 저 부서를 들쑤시면서 나름 소소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하는 것이 영업이다.
회사 밖 전쟁터에 나가서 고생하는데, 지원부서는 당연히 모든 측면에서 영업을 도와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 하고 영업사원 특유의 말발로 고객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내부 직원들에게 쏟는 영업직원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영업 위주의 회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수비수`들에 대한 홀대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험한 몇 회사들은, 인사와 재무의 경우 다른 부서 뒤치다꺼리나 하는 회사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수비수들의 이직이 매우 잦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몇 회사뿐만이 아니고 직무 별로 봐도 인사총무의 이직률이 타 직무대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회사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인사총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라면, 그 회사의 인력자원은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정도의 대접 밖에 받을 수 없고, 그 회사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건강한 회사는 수비수가 탄탄한 회사이다. 공격과 수비는 한 몸이다.
축구는 탄탄한 수비가 있어야 공격이 가능하고, 결국 공격이 골을 넣어 줘야 게임을 이긴다.
야구도 포수가 든든하게 받쳐 주어야 투수가 제 기량을 발휘할 것이고, 다른 공격인 타자가 점수를 내 줘야 게임을 이긴다.
균형의 논리는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다. 수비와 공격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결국 그 판 전체가 기울게 된다.
수비수들인 인사재무부서 직원들도 김민재 선수처럼 본인의 가치를 증명할 만한 실력과 희소성을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탄탄한 체격과 악착같은 근성이 뒷받침 되는 훌륭한 축구 실력, 이것이 김민재이니, 수비수 직장인들도 과연 본인이 무엇을 갖추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홀대 받는다고 푸념만 할게 아니라, `실력`을 바탕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