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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샐러리맨 Nov 23. 2022

기준의 힘

직장인의 목표는 월급

기준의 힘


남성 화장실에 가면 대부분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사용자들이 무심코 파리를 향해 정조준하는 것을 유도하여 밖으로 튀는 소변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인데, 이 간단한 아이디어로 화장실이 80%정도 깨끗해졌다고 하니 놀랄만한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이 효과를 NUDGE(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가 주창한 용어 :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라고 부르는데, 오늘은 `기준`이라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열과 오는 물론 대각선까지 기가 막히게 맞추는지 관람객들을 감탄하게 한다. 그 힘은 다름 아닌 마킹(marking)의 힘이다. 바닥에는 관람객이 보이지 않게 살짝 살짝 마킹이 있는데, 예를 들면 서 있는 위치는 물론, 행진시에도 10보 간격으로 마킹이 되어 있어서 행진 연습은 아주 단순하다. 10보마다 마킹만 정확하게 밟는 연습만 되면 사진처럼 아주 기가 막힌 행진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진다. 즉, 이 역시 아주 작은 기준(마킹)이 주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시상식 등 행사를 준비하게 되면 시상대 위에 수상자와 수여자를 위한 작은 점을 마킹한다. 이 작은 점의 효과 역시 놀랄 만 하다. 수상자와 시상자들이 서있을 위치를 대상자들이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여 우왕좌왕하는 일 없고, 사회자의 빈번한 안내 없이 효율적인 행사 진행이 되게 한다. 또한 이는 사진기사들에게도 최적의 각도와 조명을 가능하게 한다.


파리와 작은 점 하나,

이 작은 것의 힘은 무엇일까?

기준이라고 본다. 작은 점 하나로 애매하지 않게 확실한 방향 혹은 타겟을 설정하도록 기준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점은 위처럼 놀랄 만한 효과들을 발휘한다.


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기준이 있다면 회사원들을 회사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매진하게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해 보았다. 도대체 회사는 무엇으로 이러한 마킹의 효과를 거두게 할까?


회사 생활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간혹 있긴 하다. 땅이 많다거나 부모님이 물려줄 재산이 많아서 회사 생활이 팍팍해지면 미련 없이 사직하는 경우를 본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직장생활을 취미로 하기는 불가능하다.


성장?

개인의 계발, 성장은 회사생활을 통해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 혹은 부가적인 복지 등으로 여겨지는 항목이지, 이 자체가 목표가 되진 못한다. 내가 성장을 위해 회사생활을 한다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생계를 위한 임금?

이렇게 얘기하니 너무 삭막한 듯 하지만, 직장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계를 위한 임금이다. 직장생활은 건강보험도 가능하게 하고, 각종 대출도 가능하게 한다. 결혼도 하고, 임금으로 카드값도 내고, 아이들 학비도 내고, 차고 굴리고, 부모님 팔순잔치도 열고, 여행도 가끔 하고, 대출금도 갚고 등등의 모든 생계를 위한 지출이 바로 월급에서 나온다.


결론은 월급이다. 성과를 내면, 성과를 낸 만큼, 그리고 적어도 다른 회사만큼, 다른 동료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직장에서의 마킹의 효과이다. 이러한 확신이 있다면 직원들은 이직 생각 없이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각 회사들은 임금제도를 각자의 형편과 사정대로 운영하고 있다.

기본급 위주의 회사

기본급을 최소화하고 복지 및 수당제도를 확대하는 회사

완전한 연봉제 (연 급여가 정해진 회사)

가장 많은 형태 : 기본급 80%~90% + 성과급 10%~20%


십여 개가 넘는 외국계 회사에서 성과급을 도입하고, 설계하고, 개선하는 등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어떤 임금 제도든 완벽한 것은 없으며, 다만 운용상의 적절성 (공정과 공평 이슈 포함)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임금제도의 운용주체가 올바른 마음으로 운용을 하는가?

전문경영인의 약점은, 임금을 최대한 축소하든, 매출을 최대한 늘이든, 순익을 많이 붙여 팔든, 회사의 순익을 늘여야 본인의 성과급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이다. 이 부분은 반대급부가 확실하게 발생한다. 임금을 축소하게 되면 직원들이 불만이고, 매출을 늘이려면 영업직원들의 스트레스가 폭증하며, 순익을 많이 붙이게 되면 고객들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중에서 비교적 컨트롤하기 쉬운 것이 바로 임금을 최소화하여 가는 것이라서, 수많은 전문경영인들은 이 방법을 손쉽게 택한다. (본인이 얼마나 더 근무 가능할지도 모르기에 일단 당장은 직원들 임금을 조여서라도 내 근무기간을 보장 받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큰 원인)

이러한 방향이 현실화되면 장기적으로 좋은 인재의 이탈이 증가하게 되어 결국 이 회사의 앞날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임금을 최대한 절감만 하겠다는 것이 아닌, 적절한 대우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만, 회사의 궁극적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여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보니 말은 `직원이 주인`, `직원 만족이 고객 만족` 등등의 구호만 무성하고, 현실은 회사가 버텨 나가는 한도 정도로 하여 임금을 최소화 하는 것이 전문경영인과 인사담당의 주요 업무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비정규직인 계약직, 파견직, 도급제도가 성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월급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을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게 되면 자동적으로 인재는 모이고, 모인 인재는 안 떠난다. 사업의 성패는 결국 사람의 힘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말만 하지 말고, 적절한 임금에 대한 이슈는 쉽지는 않겠지만, 회사의 장기적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만 하는 주제인 것이다. 경험상 운용주체가 고민을 많이 하면 할 수록 직원들의 임금에 대한 불만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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